귀엽다곰? 아프다곰!

이정호 기자 2021. 4. 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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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흑곰, 원인 불명 뇌염
사람에 친근감 표하는 이상행동
자연 상태 생존 가능성 떨어뜨려

[경향신문]

최근 이상행동을 유발하는 뇌염에 걸린 미국 캘리포니아 흑곰(사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감염된 곰은 발작 등의 증세와 함께 반려견처럼 사람에게 극도의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야생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이 새로운 뇌염이 왜 발병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아 유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캘리포니아주 어류야생동물국(CDFW)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새로운 뇌염에 감염된 흑곰 4마리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흑곰에게서 이 병이 처음 발견된 건 2014년이다. 지금까지 총 8마리가 확인됐는데 한 해 발병 사례로는 지난해가 가장 많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뇌염에 걸리는 건 생후 1년 전후의 어린 곰으로, 주요 증세는 사람에게 매우 높은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현지 곰 보호단체인 ‘베어’의 앤 브라이언트 회장은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감염된 곰의 행동은 개와 비슷하다”며 “2018년 구조한 캘리포니아 흑곰은 학교로 걸어 들어가 교실 안 아이들 사이에 다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에 발견된 캘리포니아 흑곰도 마찬가지였다. 곰은 스노보드를 타던 사람들과 어울렸고 결국 샌드위치를 먹인 뒤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본래 캘리포니아 흑곰은 인간에게 의도적으로 접촉하지 않지만 뇌염이 본성을 바꿔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친근한 행동을 하는 곰이 정말 사람에게 안전한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언제든 눈앞의 사람을 향한 돌발적인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CDFW에 따르면 뇌염에 걸린 캘리포니아 흑곰은 신경질환 증세도 보인다.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근육을 떨거나 발작을 일으킨다. 자꾸 원을 그리며 걷는 증세도 나타낸다. 인간을 향한 구애와 함께 이런 행동은 자연 상태에서 생존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올해 2월 발견된 곰은 저체중에 온몸이 벼룩으로 덮인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단체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CDFW는 뇌염이 왜 일어나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감염된 흑곰에게서 신종바이러스 5종이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원인이 된 게 아닌가 살펴보고 있다. CDFW는 기생충이 원인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지금까지 곰들 사이에서 뇌염이 전염되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흑곰 개체 수가 3만~4만마리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이 새로운 뇌염이 유행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지 동물보호당국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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