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쓰는 민주당..민심과 당심 거리 좁혀야 '미래' 있다

성한용 2021. 4. 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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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그동안 검찰개혁에 지나치게 매달려 민생경제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며 연일 반성문을 쓰고 있다. 당원들은 검찰개혁 국면에 몸을 사린 의원들이 선거 패배를 빙자해 ‘내부 총질’을 시작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충돌의 직접적 원인은 노선 차이로 보인다. 그게 전부일까? 아니다. 본질은 정당 구조의 변화에 있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가졌던 정당의 주도권이 당원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 정당의 주인은 총재였다.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정당과 합쳐서 정당을 없애기도 했다. 공천과 정치자금으로 당내 권력을 독점했다. 총재가 죽으면 정당도 사라졌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노태우의 민자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신한국당, 김대중의 평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이회창의 한나라당이었다. 거기까지였다.

지금 정당에는 총재라는 직제 자체가 없다. 그렇다면 정당의 주인은 누구일까? 당원들이다. 정당에 따라 좀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아직 당원들에게 권력이 다 내려가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주인은 확실히 당원들이다. 당원들이 지도부를 뽑고 공직선거 후보를 선출하고 정치자금을 나눠준다. 중요한 의사 결정도 당원들이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 여부, 서울시장·부산시장 공천 여부 등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거기에 따랐다.

권한 행사에는 책임이 따른다. 총재가 주인이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총재가 지면 된다. 당원들이 주인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변이 쉽지 않다. 당원들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당원 없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토론과 논쟁을 거쳐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심보다 민심을 더 의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선거에서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야당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내년 3월9일 대선, 6월1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더 멀리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자신이 낙선할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반면에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핵심 가치와 정책 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당은 집권을 위한 조직인 동시에,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특별히 강한 개혁 성향을 갖게 된 데는 내력이 있다. 2015~2016년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고 탈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 지지자들이 대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들은 촛불혁명의 주역이었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굳건히 지켜냈다. 민주당의 진짜 주인들인 것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이 지난 8일 <한국방송>(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민주당이 맞닥뜨린 또 하나 위기는 당심과 민심 간에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당의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이나 이런 부분을 더 과감하게 하라고 요구한다. 민심은 검찰개혁도 좋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기들 이슈에만 저렇게 빠져서 국정을 무리하게 운영하느냐는 여론이 강하다.”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민주당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를 어떻게 통합시켜 가느냐일 것이다.”

옳은 처방이다. 정치는 민심을 이길 수 없고, 경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그래야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다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누가 후보가 돼도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은 좀 더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워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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