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의원 반발에..민주당 비대위 "최고위원, 전대서 선출"
[경향신문]
“중앙위서 선출” 발표 이후
“당원 뜻 무시” 비판에 번복
일각선 ‘친문 강화’ 우려도
주말 ‘조국 비판’ 초선들엔
당원들 항의문자·전화 폭탄
수습 대신 혼란 상황만 표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7 재·보궐 선거 이후 공석이 된 최고위원을 오는 5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함께 선출하기로 했다. 앞서 당 중앙위원회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했으나, “당원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권리당원·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지난주 지도부 총사퇴 이후 오는 16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까지의 ‘임시 비대위’가 혼란상을 온전히 수습하지 못한 가운데, 민주당이 ‘쇄신’의 방향타를 좀체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20·30대 의원들이 ‘반성문’을 썼다가 강성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기도 하는 등 재·보선 패배 수습과 혁신 방향에 대한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11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중앙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한 의결 사안을 5월2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8일 궐석이 된 최고위원은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한 당규를 근거 삼아 중앙위 의결로 최고위원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리당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는 당연히 당원 투표로 뽑아야 한다”는 반발이 나왔고, 박주민·김용민·이재정 등 의원들도 “비상적 상황일수록 당원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이 권위와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며 당원들의 의사를 묻자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들도 나섰다. 홍영표 의원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앙위원회 선출 시) 대권·당권 주자 대리인들의 ‘나눠먹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당 지도부·소속 의원·전국위원회 위원장 등 소수로 구성되는 데 반해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표심이 폭넓게 작용한다. 당을 이끌 지도부를 ‘당심’에 묻는 것은 절차상 합리적이지만, 강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권리당원 표심 특성상 선거 패배 이후 일반 중도 유권자들과의 ‘거리 좁히기’가 절실한 상황에 오히려 ‘친문(재인) 지도부’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허영 대변인은 “(친문 등으로) 구분될 수 있는 성격의 당원들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원의 권한을 존중해달라는 요구의 목소리를 비대위가 존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장철민 등 20·30대 초선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 “당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록 더욱더 민주적 원칙을 지켜 전체 당원들의 참여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들은 또 “당내 특정인·특정세력의 책임을 더 크게 거론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라며 “친문·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앞서 조응천 의원 등이 ‘친문’ 주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만류한 것이나, 노웅래 전 최고위원이 도종환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친문 비대위’라고 지적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오영환 의원 등 민주당 20·30대 초선 그룹은 지난 9일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에 대해 반성하는 성명을 썼다가 강성파 당원들로부터 ‘초선 5적’이라는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사이 이들에게 수천 통의 항의성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조소와 비아냥에 아프다”며 “비난과 논란을 예상했음에도 반성문을 발표한 이유는 당내에 다양한 성찰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당내 소신파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SNS에서 “그 정도의 반성과 의견 표출조차도 쏟아지는 문자와 댓글로 위축된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민주당의 경직성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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