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방역 리더십도 백신 위기 플랜도 다시 세울 때다

2021. 4.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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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 비교 등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희귀 혈전증’ 문제로 일시 중단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12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국내외 희귀 혈전증의 연령별 발생 사례와 통계를 분석해 ‘AZ 백신을 접종하는 이득’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생길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이득이 위험보다 크지 않게 평가된 30세 미만에만 다른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상반기 접종 예정 물량의 60%가 AZ 백신이어서 전체 접종 계획을 허물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700명대를 오르내리는 현시점은 ‘4차 대유행 초입’으로 보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이다. 삐걱거리는 방역과 백신 정책을 원점에서 총체적으로 다시 세워야 할 때다.

백신은 신뢰와 투명성이 생명이다. 과학적 판단으로 AZ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가 재개한 당국의 결정은 신중하고 적정한 조치로 평가한다. 하지만 확보한 백신이 충분치 못해 접종 속도가 나지 않고, 국내외적 요인으로 백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은 더 반복될 수도 있다. 지난 10일까지 국내에서 115만6950명(2.22%)만이 1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 확보에 모든 역량과 채널을 동원하고 접종 신뢰와 속도를 높이는 ‘위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방역 태세의 급속한 붕괴도 위험수위다. 주말인 10일 밤 서울 강남의 무허가 클럽에서 직원·손님 200여명이 적발된 게 단적인 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선 음향기기·특수조명을 설치하고 마스크 착용 수칙도 어긴 채 춤을 추게 했다니 어이가 없다. 탈법 사례가 비단 이곳만은 아닐 것이다. 제대로 방역수칙을 지킨 사람만 손해본다는 생각이 확산되어선 안 된다. 방역당국은 말로만이 아닌 일벌백계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피로감은 커지고 방역 경계심도 풀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량은 급증하고, 거리 두기 단계 상향 기준을 훌쩍 넘어도 방역당국의 상응 조치는 지체되고 있다. 정부는 흔들리고 물렁해진 방역 리더십부터 시급히 재구축해야 한다. 3주 연장된 새 거리 두기 조치 중이라도 위기 포착 시 단계 상향을 머뭇거려선 안 된다. 아울러 거리 두기 단계를 잠정 유지한 이유인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피해 업종·자영업자 반발에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미봉책만 지속하면 방역도 경제도 일상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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