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SK 배터리 분쟁 합의, 상생·경쟁력 살리는 전기돼야

2021. 4.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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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2년간 다퉈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분쟁 해결에 전격 합의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LG 측 손을 들어주는 판정을 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을 한 것이다. 그간 과도한 자존심 싸움을 해오던 양사의 합의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이번 합의로 LG는 배상금 2조원을 받고, SK는 조지아주 공장 건설과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양사는 국내외 분쟁을 모두 취하하고, 10년간 추가 쟁송도 안 하기로 했다. 서로 윈윈하는 현실적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로선 일자리 창출과 배터리 공급망 구축,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두루 실익을 챙겼다.

713일이나 끌어온 배터리 분쟁이 건설적 합의로 마침표를 찍은 데는 미 행정부의 중재와 한국 정부의 합의 촉구가 주효했다. 상생·협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분쟁이 장기화되는 건 득보다 실이 크고, 추후에 누가 이기든 경쟁사들만 좋은 일 시키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통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대전환 중이다. 그 핵심인 배터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에는 중국·일본 등의 경쟁사뿐 아니라 세계 완성차 업체들까지 속속 가세하고 있다. ‘디젤 게이트’의 대표 격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위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각형 배터리’를 2030년까지 전기차의 80%에 적용키로 했다.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인 LG·SK엔 타격이 우려된다. 테슬라도 지난해 9월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키운 신제품을 소개하고 자체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자율차를 준비하는 애플은 값싸면서도 안전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키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삼성SDI까지 더해 ‘K배터리’가 최대 점유율을 구가하고 있으나, 미래의 시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배터리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핵심·미래·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의 발전에 양사의 어깨가 무겁다. 결국 더 오래 쓰면서도, 빨리 충전되고, 폭발 위험은 없는 기술 개발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LG와 SK는 선의의 경쟁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상생의 기틀을 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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