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벼랑 끝 치닫다가..더 잃기 전에 공생 위한 '악수'

박효재 기자 2021. 4. 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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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2조원 합의' 배경

[경향신문]

바이든 거부권 하루 전까지 이견에 ‘행사’ ‘방어’ 총력전
미 정부 중재로 급선회…로비·소송비용 수천억원 ‘출혈’

벼랑 끝으로 치닫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이 전격 타결되면서 ‘K배터리’가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협상 과정에서 합의금으로 3조원 이상을 요구했던 LG 측으로서는 2조원이 만족스럽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담스러운 여론에서 벗어나게 됐고, SK 측도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0일(현지시간) 타결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은 그동안 합의 조짐이 감지되지 않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양사는 실무협상을 재개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LG 측이 3조원+α, SK 측은 1조원을 고수하며 합의금을 둘러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까지 언급하면서 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요청에 총력을 기울였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주지사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국의 협조를 적극 설득했다.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합의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번 사안은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며 강대강 대결을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배터리 시장을 향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 인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데는 미국 측의 중재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백악관을 대신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했으며, 막판까지 양사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국내 배터리 업계 위상 악화 등을 언급하며 원만한 합의를 촉구해왔으며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빠른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입장을 양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양사 합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폭스바겐은 지난달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닌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2030년 생산하는 자사 전기차의 80%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국내 배터리 업체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합의금(2조원)은 LG와 SK 양측이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에서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사업은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 건설 및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 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합의금 외에도 양사가 쏟아부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번 배터리 전쟁에 쓴 비용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고 1조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봉 3000만원짜리 일자리 수만개를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이 소송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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