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력 대거 영입 시점, 폭스바겐 대형 계약 따낸 SK..4년 전 '전쟁의 서막'

김준 선임기자 2021. 4. 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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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전쟁’의 발단은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폭스바겐, 현대차 등이 속속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배터리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던 때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고 배터리 분야 고급 인재들을 적극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2017~2019년 70여명의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전신)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다. 당시 LG화학은 자사의 인재와 핵심기술, 영업기밀이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가는 것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물량을 수주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가 수주하기 전에 폭스바겐의 배터리 물량을 LG화학 등이 따낸 적이 있었는데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한 업체가 물량을 반납했고, LG화학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물량을 떠안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타 업체 물량을 부담한 것은 향후 폭스바겐의 물량을 더 따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에 인재를 빼앗긴 데다 수주 물량까지 SK 측에 돌아가자 LG화학의 인내심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결국 LG화학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ITC에 소송을 낸 것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과거 글로벌 첨단소재 전문기업인 3M 재직 시 ITC 소송 경험이 많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후 국내 법원 등에서도 소송과 맞대응으로 치열하게 맞섰다. 두 업체의 배터리 전쟁은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리면서 LG 측으로 기울었다. 올해 2월 나온 최종 결론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물러서지 않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SK이노베이션이 미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미국 내 수요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도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영업하며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던 분쟁은 결국 미 행정부의 적극적 중재 등에 힙입어 종지부를 찍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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