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은 트였지만..상처만 남긴 LG-SK 배터리 전쟁

류종은 2021. 4. 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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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벌여 온 '배터리 전쟁'이 종결됐지만 양사에게 돌아간 유·무형적인 피해는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의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선택이 이정표가 된다면 K배터리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결국 부메랑을 불러온 셈이고, 테슬라, 도요타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잃어버린 2년'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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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물-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미국 투자 현황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벌여 온 ‘배터리 전쟁’이 종결됐지만 양사에게 돌아간 유·무형적인 피해는 상당하다. 당장, 최소 수천 억 원대의 소송 비용이 들어간 데다, K-배터리의 이미지는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양사의 내전이 치열하게 진행된 동안 최대 경쟁사인 중국 업체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단 이번 합의로 양사에게 떨어진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내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한 때 현지 사업 철수까지 고려했던 SK이노베이션에겐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5조 원대 투자 계획까지 밝힌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LG의 경우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 미국에서만 145GWh(약 217만5,000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수급 전망

양사가 극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내상 또한 깊다. 적지 않은 소송비용이 해외 로펌에 지출됐고, 한국 배터리산업 안정성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위 대형 로펌인 ‘라담앤왓킨스’를 비롯해 ‘덴튼스US’, ‘피시앤리처드슨’ 등 3곳의 굵직한 글로벌 로펌을 법률 대리인으로 꾸렸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한 ‘코빙턴앤벌링’을 대표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맞섰다. 양사가 지금까지 지불한 로펌 비용은 표면적으로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로비비용을 포함한 실질적인 소송비용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피해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에 대한 태도 변화다. 양사가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고객사들은 ‘공급불안’을 겪어야 했고, 일부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2023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수십 조 원을 들여 스웨덴 ‘노스볼트’와 함께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의 이탈은 청천벽력 수준이다.

시각물_전기차 배터리 유형별 탑재량

각형 배터리는 전세계 전기차 탑재 비중이 약 49.2%로 가장 많다. 중국 배터리 업체 대부분이 각형 배터리를 만들고, 자국 전기차에 탑재시키기 때문이다. 파우치형은 2019년까지 점유율이 1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7.8%로 대폭 성장했다.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성도 높게 평가 받았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발표 이후 BMW 등 다른 업체들도 각형 배터리에 대한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1%나 급증했고, 점유율 역시 지난해 17.3%에서 올해 31.7%까지 치솟았다. 4위에 오른 BYD의 성장률은 401.8%, 7위 CALB의 성장률은 1384%, 9위 궈쉬안의 성장률은 153.2%에 달했다. 이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의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선택이 이정표가 된다면 K배터리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결국 부메랑을 불러온 셈이고, 테슬라, 도요타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잃어버린 2년’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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