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명화로 읽는 고전, 그 속에 담긴 지혜

박영서 2021. 4. 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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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아무도 안 오고 아무도 안 떠나고 참 지겹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은 이렇게 투덜거린다.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고고와 디디 두 주인공과 초라한 나무 한 그루, 그리고 1막과 2막 끝부분에 떠오르는 달이 등장한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부터 빅토리아시대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빈센트 반 고흐, 윌리엄 블레이크의 채색 판화, 백남준의 설치미술까지 다양하게 미술작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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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독서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아무도 안 오고 아무도 안 떠나고 참 지겹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은 이렇게 투덜거린다. 이 작품의 한 줄 요약으로 하기에 딱 적절한 대사다. 사뮈엘 베케트의 이 작품은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한국에도 1969년 초연 이래 지금도 사랑받는다.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고고와 디디 두 주인공과 초라한 나무 한 그루, 그리고 1막과 2막 끝부분에 떠오르는 달이 등장한다. 이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의 거장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달을 응시하는 두 남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림에는 두 남자가 떡갈나무 고목과 소나무 사이에 뜬 달을 응시하고 있다.

부제 '그림으로 고전 읽기, 문학으로 인생 읽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명화 한 점을 꺼내놓고 그와 관련된 고전을 풀어낸다. 책은 서로 영감이나 영향을 주고받았거나 같은 맥락의 사회·경제·정치적 지향을 가진 동서고금의 명화와 문학작품들을 함께 풀어헤치며 인생을 살아내는 방법을 탐구한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시작해 셰익스피어, 플로베르, 도스토옙스키, 보르헤스, 베케트와 브레히트, 그리고 박완서의 문학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부터 빅토리아시대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빈센트 반 고흐, 윌리엄 블레이크의 채색 판화, 백남준의 설치미술까지 다양하게 미술작품을 소개한다.

가령 워터하우스의 그림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의 가르침, 즉 '카르페 디엠(오늘을 잡아라)'을 담고 있다. '마담 보바리'의 회화 같은 구절을 읽다 보면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의 그림들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전을 명화와 함께 보는 행위에는 독특하면서도 굉장한 기쁨이 있다. 명화와 고전을 함께 읽어내면 자연스레 인생을 살아내는 방법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자는 명화와 고전을 함께하면 그 느낌은 더욱 거대하고 광활해진다고 단언한다. 인생이 막막하고 존재감이 흔들릴 때 시를 읽고 그림을 보라고 권유한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고전에 관심이 많지만 웬지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은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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