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고 그리지 않는다..마음 가는대로 그린 정물화

전지현 2021. 4. 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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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작가 가국현 개인전
오랜 세월 마모된 도자기에
우아하게 핀 꽃 정물화
세계 아트페어서 완판 행진
`감성정물`(100×60㎝) [사진 제공 = 청작화랑]
가국현 작가(63)는 꽃과 도자기를 보고 그리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머릿속에서 상상을 하면서 만들어 낸다. 그의 꽃 그림 제목을 '감성정물'로 정한 이유다. 그의 꽃은 질박하고 은은한 도자기 속에서 우아하고 화려하게 피어 있다. 카라, 장미, 수선화, 안개꽃, 붓꽃, 소국 이미지를 빌려와 다채롭게 재탄생시켰다. 현실 속에 없는 꽃이어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롭게 다가온다.

얼핏 보면 도자기에 담긴 꽃을 크고 단순하게 그린 듯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숱한 붓질로 쌓은 물감층으로 꽃의 부피를 키우고, 오랜 세월 마모된 것 같은 도자기 질감을 살렸다. 물감 거품이 일어났다가 마르면서 꺼진 자국이 달 표면 같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 개인전에서 만난 작가는 "7~8년 전 수포기법을 터득했고, 4~5년 전 그림 작업은 이렇게 하는구나 감이 왔다"며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고 장인정신으로 그려 나간다"고 말했다.

감성정물 100x60cm oil on canvas 2021
현재 감성정물을 완성하기까지 숱한 실험을 거쳤다. 대학 때는 극사실화를 그리다가 인상파 붓터치를 시도하고 비구상 작업도 해 봤다. 먼 길 끝에 도달한 종착역이 한국적 도자기 정물화다. 작가는 "캔버스에 단 하나를 넣더라도 대중에게 각인되도록 한국적 질감을 가진 도자기를 선택했다"며 "외국 아트페어에서도 동양의 멋이 통하더라. 결국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세계적인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감성정물 100x100 oil on canvas 2021
감성정물(100x100cm). [사진 제공 = 청작화랑]
2010년 마이애미 아트페어 청작화랑 부스에 건 그의 작품 8점이 '완판'됐다. 이듬해에도 찾아와 작품을 추가 구입한 외국 컬렉터는 "가국현 작가 그림이 걸린 집에 가면 행복하다"고 감탄했다. 프랑스·싱가포르·홍콩 아트페어에서도 그의 그림이 통했다. 한동안 꽃을 빼고 도자기만 그리던 그는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꽃을 다시 그려 이번 개인전을 열었다. 자칫 진부하고 대중적으로 보일 수 있는 꽃 그림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고 묻자 작가는 대놓고 "내 그림은 상업적이다"면서도 "캔버스에 채우고 비우는 것을 깊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계획적이며 오래 걸린다. 길게는 두 달 걸려 작품 한 점을 완성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물감층을 얇게 여러 겹 겹쳐 깊이감을 준다.

가국현 작가
작가는 "한국 사람이어서 배경만큼은 한지 느낌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며 "남과 다른 질감을 뽑아내려고 애쓴다"고 설명했다.

그와 15년 인연을 이어온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도자기와 꽃들이 세련된 색채의 하모니를 이룬다"며 "그동안 정물, 풍경, 인물과 같은 다양한 구성과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기량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0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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