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이 되니까 삶이 행복해졌습니다"

허연 2021. 4. 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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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기록 '보물산에 갔다..' 출간 현안 스님
27살에 가방 두개 들고 미국행
미용제품 브랜드화 크게 성공
참선하면서 모두 버리고 출가
"넓은 저택도 스포츠카도
수행의 즐거움 못미쳐
나는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선택한 것"
"많은 것을 버리면서 오히려 마음의 안락을 얻었습니다. 저는 빈손이 됐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좋습니다."

출가 수행자인 현안 스님(40)은 눈길을 끄는 이력의 소유자다. 최근 출간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여의운하 펴냄)는 스님의 수행과 만남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스님은 출가 전 스물일곱 살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방 두 개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넓은 저택에 멋진 스포츠카, 최고급 레스토랑,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도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미생물학·경영학을 전공한 후 의약품과 미용산업 분야 직장을 다니다 미국으로 갔습니다. 한국의 전문 미용 제품을 브랜드화해서 세계에 소개하는 사업으로 성공했어요. 하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번뇌가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스님은 미국의 찬 메디테이션(Chan Meditation·선명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수행을 통해 얻는 행복감이 세속의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중학교 때 길을 가다가 문득 '나는 누구지' 하는 질문이 떠오른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졌고, 일기장에 반야심경을 받아 적기도 했어요. 집안이 불교는 아니었고, 저 역시 절을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밑바닥에 불교에 대한 관심은 있었던 셈이지요."

참선을 하면서 물질적인 성공에선 맛보지 못했던 평안을 경험한 스님은 2019년 출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승불교 위앙종 사찰인 위산사에서 영화 스님을 은사로 승복을 입었다. "누구든 참선법을 알고 열심히 수행하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수행을 통해 얻은 마음의 안락과 내면의 즐거움은 세속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세속의 즐거움을 위해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모두 낭비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잘나가는 사업을 정리하고 출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왜 성공과 부를 버리고 출가했는지'를 묻는다. 그럴 때마다 스님은 대답한다.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요즘 미국에서는 명상 등 영적 수행 열풍이 불고 있다. 물질문명에 지친 서구인들이 정신적 충만함을 추구하면서 생긴 문화다.

"요가나 명상 붐을 타고 서양인에게 불교가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불교 전통이 미국에서 뿌리내리는 데는 위앙종 9대 조사인 선화상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자와 함께 대승경전을 영어로 번역했고 바른 수행법을 전파했습니다."

충북 청주 보산사 앞 뜰에 선 현안 스님.
현안 스님은 현재 충북 청주 보산사에서 스님 3명과 함께 참선을 지도하면서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마음의 병이 있다고 느낀다면 홀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병든 마음으로 병을 치료할 수는 없지요. 자신보다 정신이 건강하고 명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승이 중요합니다. 불법에는 여러분의 병을 해결할 방법들이 있습니다." 스님은 불교가 대중에게 신뢰를 잃어가는 것의 원인도 제대로 된 선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선지식이 더 많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야 불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요. 좋은 선지식으로부터 수행을 배우지 않으면 오랫동안 노력해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결국 불교를 불신하게 되지요."

스님은 선화상인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산다. '자신의 어긋남을 참이라 인정하고, 타인의 그름을 논하지 말라. 타인의 그름이 곧 나의 잘못이니. 같은 몸(동체)이 되는 걸 대비(큰 자비)라 부른다'는 가르침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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