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자 실탄 확보·SK 美공장 건설.. 최악 피한 배터리전쟁
LG "선도기업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
美에 5조 투자계획 합의금으로 충당
SK, 'LG 경쟁자 인식'·불확실성 해소
"美 친환경정책·일자리에 더 큰책임감"
급변하는 시장서 기술 집중 여건 마련
양사 이미지 실추·막대한 소송비 '상처'
◆2년간 치열한 배터리 전쟁 끝에 10년간 휴전 선언
11일 양사는 합의문을 통해 그동안 진행된 각종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10년간도 추가 분쟁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최근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을 같이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는 미국의 배터리 공장을 예정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조지아주 공장이 준공되면 미국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이다. SK이노는 지난해 완공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날 추가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발언에 공을 들였다.
LG에너지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되었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의를 통해 폴크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양사는 극적인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는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 실리는 챙겼지만, 2년간 이어진 소송으로 인해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투자에 집중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다. 한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중국 CATL에 추월을 허용한 것이 그 예다. 특히 최근 폴크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배터리 독립 선언도 이어졌다. 이번 소송전으로 인해 양사 모두 전기차 업체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LG에너지는 이번 합의금을 바탕으로 다시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추동력을 얻었다.
2년간의 양사가 소송 비용으로 쓴 금액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SK이노는 2조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지만 상처뿐인 영광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3조원을 투자하고 미국에서 철수할 뻔한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영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배상금은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특히 세계 2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와 맞붙으며 경쟁자로 인식되는 효과도 SK이노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해석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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