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 공습에 "묻고 더블로" 토종기업들 쩐의 전쟁

신은진 기자 2021. 4.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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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대주주인 웨이브 "2025년까지 1조 투자" 파격 발표
시즌·티빙도 "4000억 투입 계획"
디즈니 상륙 앞두고 콘텐츠 大戰
그래픽=김성규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시장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웨이브와 시즌, 티빙, 왓챠 등 토종 OTT 기업들이 글로벌 공룡에 맞서기 위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공습에 앞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쩐(錢)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OTT 회사들이 독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고수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회원인 회사원 김민영(44)씨는 “지금도 매달 2만원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온다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또 추가 구독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묻고 더블로” OTT 쩐의 전쟁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 등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업계에서 나온 첫 조 단위 투자 발표였다. 2019년 출범 당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투자 규모를 대폭 상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웨이브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최근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콘텐츠웨이브는 철인왕후 등을 만든 tvN 이찬호 CP를 최고콘텐츠제작자(COO)로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내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웨이브에 맞서 시즌을 운영하고 있는 통신업계 라이벌 KT는 지식재산권(IP) 확보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KT가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자 웨이브가 추가 투자 계획으로 맞불을 놓았다”고 분석했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도 올해 초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3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왓챠도 올해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내 OTT 회사들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보여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기존 가입자를 이탈하지 않도록 잡아두는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내 OTT 시장, 소비자 부담도 늘어

넷플릭스로 인한 위기감도 업계의 투자 경쟁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OTT 시장은 지난해 7801억원 규모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2016년(3069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월 기준 월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470만명에서 한 해 만에 배가 된 것이다. 웨이브(395만명), 티빙(265만명), U+모바일TV(213만명), KT 시즌(168만명) 등 토종 OTT 이용자를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넷플릭스의 올해 글로벌 콘텐츠 예산은 190억달러(약 21조2500억원)다. 이 중 한국 예산은 5500억원에 달한다. 한 국내 OTT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경쟁만으로도 버거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까지 가세하면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국내 미디어 시장은 외국 기업의 하청 기지로 전락하고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경쟁 업체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면서 ‘플랫폼 파편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나의 OTT로 충분했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콘텐츠를 즐기려면 여러 개의 OTT를 중복 구독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웨이브, 왓챠 유료 서비스에서 디즈니 영화·애니메이션 서비스가 중단됐다. 2019년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가 출범할 때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던 디즈니 콘텐츠들이 중단된 것처럼 한국 진출이 임박한 디즈니플러스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요금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자신감을 얻은 넷플릭스는 최근 한 달 무료 체험 서비스를 중단했고, 미국·영국·일본에서 요금을 속속 올렸다. 넷플릭스는 “한국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요국의 가격이 인상된 만큼 한국 요금도 조만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Over The Top의 약자로 ‘셋톱박스를 넘어’라는 뜻이다. 특정 TV나 케이블 사업자에게 종속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드라마·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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