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참여하려면..예산 배정부터

이새봄 2021. 4. 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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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이상률 원장 인터뷰
달에 인류 보내기 프로젝트
예산 등 행동으로 보여줘야
'아르테미스' 사업 참여 가능
4년째 참여 립서비스론 부족
"한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면 예산부터 배정하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달 23일 취임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61)은 "국제 협력으로 이뤄지는 우주 탐사는 대다수 참여국이 우선 예산부터 잡아놓고 시작한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먼저 정하고 예산을 책정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이 원장은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일단 예산을 배분한 뒤 예산 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게 맞다"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산 배분을 통해 참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야 NASA나 외국에서 우주 프로젝트 협력을 위해 먼저 찾아오기도 한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아르테미스 플랜'은 NASA 주도로 인류를 다시 한번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다. NASA는 지난해 10월 호주·캐나다·이탈리아·일본 등 주요국과 협정을 맺고 달 탐사 연합체를 구성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만 되풀이할 뿐 참여 협정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 원장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들어가려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비용이 아니라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 축적의) 수업료이자 참가비로 생각해야 한다. 머뭇거리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9년 지구에 최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와 관련해 이 원장은 "아포피스 탐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예산이 책정되고 연구기관과 기업 간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한다"며 "(탐사가) 단순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어떤 기관이 뭘 해야 할지 역할을 나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9년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원장은 그때그때 정해지는 대형 프로젝트만 쫓아가서는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글로벌 우주 사업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자성했다. 이 원장은 "항우연이 한국형 첫 발사체 누리호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국가 대형 사업만 쫓아가다 보니 달 탐사가 결정되면 달 탐사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발사체 일정이 잡히면 그때부터는 발사체에만 집중해왔다"며 "도전적인 기술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예를 들어 화성 탐사처럼 아직 국가 계획이 잡혀 있지 않으면 전혀 연구하지 않다가 '화성에 가자'는 말이 나오면 그제서야 착수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프로젝트만 힘을 받는 구조로는 지금 우주 분야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오는 10월에서야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있지만, 미국 스페이스X는 이미 로켓 재활용 수준까지 기술을 발전시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한편 민간 우주 탐사 시대를 열었다. 이 원장은 "누리호뿐 아니라 우주 원자력, 화성 탐사 같은 심우주 탐사 등이 국가 프로젝트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개념적으로는 우리가 미리 연구를 해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예산이 책정됐을 때 신속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항우연이 정부가 맡긴 수탁 과제에만 치중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항우연 예산 중 74%가 정부 대형 사업을 수행하는 '정부 수탁'이고, 출연금은 23%에 불과하다"며 "항우연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구조가 조금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우주 탐사 시대에는 모두가 똘똘 뭉쳐야 한다"며 "누가 대장이 되건 전혀 상관없다"고 전했다.

[이새봄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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