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의 '라스트댄스'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21. 4.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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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10일 고양 오리온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주먹을 쥐며 환호하는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KBL 제공


인천 전자랜드에게는 2020~2021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라스트댄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라스트댄스’는 미국프로농구(NBA)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1997~1998시즌 은퇴를 예고하자 당시 시카고 불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필 잭슨 감독이 그 해 시즌을 칭한 말이다. 조던은 팀의 우승을 일군 뒤 코트를 떠났고 마지막 시즌을 담은 ‘더 라스트 댄스’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자랜드는 모기업이 올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접기로 했다. KBL은 지난해 8월 임시총회 및 이사회에서 전자랜드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5월31일까지 운영하는데 합의했다. KBL은 지난달 전자랜드의 새 주인을 위한 공개 입찰을 마쳤지만 이와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런 가운데 전자랜드는 ‘새로운 시작’을 외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1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5-63로 승리했다.

개막 전까지만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전자랜드는 예상을 뒤엎고 선전했다. 개막 4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22점차로 대승하며 4강 진출 확률 93.5%를 거머쥐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기 후 “많은 분들이 우리 팀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우리는 마지막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며 “정규리그가 끝나고 플레이오프라는 시간이 앞으로 더 좋은 상황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감독의 이같은 말은 선수들의 경기력에서 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 첫 날 전자랜드는 주전 선수들을 포함해 출전한 선수 12명 전원이 득점에 가담했다. 이대헌, 정효근 등 ‘빅맨’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들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모두 메웠다. 조나단 모트리가 홀로 31점·17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고 신인 이윤기도 전반에만 10점을 넣는 등 플레이오프 데뷔전을 훌륭히 치렀다. ‘대들보’ 이승현이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한 오리온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전자랜드는 12일부터 열리는 2차전부터는 이대헌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더욱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전자랜드가 2차전에서도 이긴다면 4강 진출 확률이 100%까지 높아진다. 지금까지 프로농구에서 5전 3승제의 단기전에서 먼저 1, 2차전을 내주고 3∼5차전을 이겨 승부를 뒤집은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선수, 감독으로 농구인인 우리의 본분은 팬 여러분을 위해 최대한 좋은 경기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 둥지를 기다리는 전자랜드는 또 다른 시작을 열 수 있는 플레이오프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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