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에 5년간 7000억 지원

박승철,최현재 입력 2021. 4. 11. 17:57 수정 2021. 4.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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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직·산하기관 임원 25%
시민단체·여당 출신이 차지
"견제·감시 기능 작동하도록
오세훈, 인선 다양성 높여야"

◆ 서울시 장악한 시민단체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한 지난 9년간 시민단체 또는 여당 출신 인사가 서울시 주요 직책을 대거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 출신이었던 만큼, 시민단체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또한 지나쳤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산하 기관 개방직에 대한 인선과 시민단체 지원 구조 개편이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11일 매일경제가 성중기 서울시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14년 이후 서울시 5급 이상 개방형 직위·별정직 보좌진 및 산하 기관 임원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666명 가운데 시민단체나 여당 출신 인사가 168명(25.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개 서울시 산하 기관의 이사장과 사장·사외이사·감사 등 임원 463명 중 75명(16.2%)이 시민단체·여당 출신이다. 개방형 직위 임용자 103명 중에서는 38명(36.9%)이 이에 해당됐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최측근인 '6층 사람들'로 알려진 별정직 보좌진(정무부시장 포함)은 100명 중 절반이 넘는 55명이 시민단체나 여당 출신이었다.

박 전 시장과 가까운 시민단체가 과도한 지원을 받는 문제도 지적된다. 박성숙 전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산책은 2015년 5월 설립된 뒤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운영권을 따냈다. 이후 박 전 시장의 핵심 사업인 서울로7017의 협력 단체로 선정됐다. 이 단체의 대표였던 조경민 씨는 지난해 서울시 기획보좌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조경민 대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출신이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중 급증한 시민사회단체 대상 '지방보조금 공모사업'과 시민단체 지원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5년간 시민단체 공모 사업 지원액은 3.6배, 지원 대상 단체 수는 2.3배로 늘어났다. 서울시가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한 시민단체는 2016년 1433곳에서 지난해 3339곳으로 급증했다. 5년간 지원한 예산만 7111억원이다.

시민단체 출신의 박 전 시장이 3선 연임으로 9년간 최장수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시민단체 지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느슨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직 내에 특정 집단이 과다하면 정책 편중 현상 등 폐단이 생기기 때문에 균형인사의 원리에 맞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등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최현재 기자]

박원순표 공모사업, 3339곳 시민단체 먹여살렸다

'시민단체 양성소' 서울시

청년·마을 등 지원 명목으로
'지원센터' 만들어 사업 위탁
예산 받은 시민단체 3천여곳
박 前시장 '측근 지원' 논란도

"9년간 방만해진 지원 정책
오세훈, 전반적인 재검토를"
인사태풍 앞둔 서울시 11일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한 직원이 서울시 부서 위치가 담긴 안내판을 지나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부터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남북협력담당관, 서울혁신기획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 박원순 전 시장이 신설한 일부 부서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승환 기자]
서울그린트러스트는 2016년부터 성수동 서울숲 공원 운영을 맡고 있다.

11일 이상묵 전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던 공원 운영권을 이때 민간 위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2017~2018년 서울숲 공원 운영비는 85억원에 달했다. 당시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민단체가 시정 운영에 깊이 관여하면서 5년간 공모사업을 통해 7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시 요직에 폭넓게 중용됐고, 인권과 농업·환경·문화 등의 분야에 걸쳐 각종 공모사업 형태로 예산을 지원받았다. 2011년 이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없었던 시 산하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도 이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 때문에 '박원순의 서울시'가 이들 시민단체를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 지원을 두고 '특정 진영 챙겨주기' 등 정치적 시비가 끊이질 않는 만큼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소양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민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이 역시 시민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을기업 육성과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등을 지원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14~2020년 사단법인 '마을'이 위탁 운영했다. 이 기간 사업비와 센터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총 332억3800만원의 예산을 서울시에서 받았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도 2016~2020년 사단법인 마을이 위탁 운영을 맡아 이 기간 총 139억5400만원을 서울시에서 수령했다.

비영리 스타트업과 시민단체들의 역량 강화와 네트워크 확장 등을 지원하는 '서울시 NPO지원센터'는 사단법인 '시민'이 2014~2020년 위탁 운영을 맡았다. 이 기간 총 134억2200만원을 서울시에서 받았다.

이들 기관은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오 시장이 과거 시정을 맡았던 2011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 중간지원조직의 운영은 박 전 시장 측근이거나 현 여당과 가까운 이들이 이끌었던 시민단체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사단법인 마을은 박 전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유창복 씨(초대 이사장)가 설립한 시민단체다. 서울시 NPO지원센터 개원 초기 이사장을 맡았던 권미혁 전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를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이후 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당선됐다.

중간지원조직과 더불어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에도 박 전 시장이 재임한 최근 5년간 7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최근 5년간 서울시 민간보조 공모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시민단체 공모사업에 쓴 예산은 총 711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641억원에 불과하던 공모사업 규모는 지난해 2353억원으로 3.6배 불어났으며, 같은 기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단체 수도 1433개에서 3339개로 2.3배 늘어났다.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시민단체 중에서도 박 전 시장과 인연이 있는 단체가 눈에 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 전 시장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사장을 지냈던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도 2018년 인권 보호 및 증진 활동 지원 사업 명목으로 2200만원을 수령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박 전 시장이 재임하는 동안에도 서울시의 사업 관리 부실 등 잡음이 잇따랐다. 2017년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마을공동체 사업 성과감사 결과'를 통해 "모든 자치구에서 개별 마을공동체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도·점검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일부 공동체에서는 보조금 집행 투명성 제고를 위한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례적으로 집행했던 연간 약 20억원 규모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외에도 서울시 여러 부서에서 공모사업을 광범위하게 벌인 만큼 시 재정 지원을 받은 단체들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민간보조금사업은 '같은 편 시민단체 챙겨주기'식의 눈먼 돈이 되기 쉽다"며 "시장이 바뀐 이때 지출 내역 등 일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지원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식의 평가를 전제로 표적 조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보조금 지급·집행 등의 절차에서 서울시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정 단체 편중 지원 등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시민단체 지원에 있어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회신한 '비영리단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방안'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편향 지원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공개 경쟁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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