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내정 간섭 말라"는 중국의 오만

베이징=최수문특파원 2021. 4. 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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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료나 관변 학자들이 요즘 가장 즐겨 쓰는 말 중의 하나가 "서방 국가는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다.

전 세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야 하고 대만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주장이다.

중국의 한국 내정 간섭과 관련한 최악의 사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다.

사드 보복 중인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을 할 자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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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베이징특파원
中 "대만 문제 등 손떼라" 하면서
北 뒷배 노릇·韓 사드 개입 '모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내세우지만
미얀마 사태에는 관망 '이율배반'
[서울경제]

중국 관료나 관변 학자들이 요즘 가장 즐겨 쓰는 말 중의 하나가 “서방 국가는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내 일’에 ‘남’이 간섭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영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네이선 로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자 중국이 반발했다. 중국 외교 당국자는 지난 8일 “홍콩 독립 분자를 지지하는 것은 국제 관계의 기본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영국은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내정’은 3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신장위구르나 티베트 등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이다. 두번째는 홍콩·마카오와 함께 인도와의 국경분쟁지 등 다른 국가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다. 위구르나 홍콩의 논란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 마지막은 중국이 실효 지배하지 않지만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바로 대만, 남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등이다.

중국 측 논리의 모순은 특히 대만에서 분명해진다. 전 세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야 하고 대만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주장이다.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중국’으로 보는 것은 중국·대만 양쪽에서 대개 인정한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중국’을 중국 측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보는 반면 대만은 ‘중화민국’이라고 반박한다.

대만을 중국의 내정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반도에서는 북한을 한국과 갈라치기하는 것도 모순이다. “조선반도(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건은 조선(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군사적 압력과 위협의 해결”이라고 최근 중국 외교 고위 당국자가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논란거리지만 더 중요하게는 북한 문제가 중국이 간섭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만이 중국의 내정이라면 북한은 한국의 내정이 된다. 미국이나 한국 정부에 대만 일에 대해 손을 떼라고 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뒷배 노릇을 멈춰야 한다.

중국의 한국 내정 간섭과 관련한 최악의 사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다.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2016년 이후 한국 기업에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를 어디에 설치해 어떻게 운용하든 그것은 한국의 내정이다. 우리 당국자가 ‘3불(不)’이니 뭐니 해서 중국의 양해를 구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드 보복 중인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을 할 자격은 없다. 중국 자신은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만약 중국이 사드로 인해 조금이라도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면 한국은 더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여 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세계 3위의 핵무장 국가다. 중국의 중무장 항공모함은 서해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고 사드에 버금간다는 러시아산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산둥성 인근에 배치돼 한반도를 겨누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세계 전략으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럴 듯하다. 하지만 만약 어떤 독재국가가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든 말든 타국 정부와 국민, 국제기구는 참견하지 말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슨 인류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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