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자금줄 막히면 수출 직격탄" 발전업계 초비상

양연호,송민근 2021. 4.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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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탄발전 금융중단 검토
美·EU 탈탄소 동참 압박에
정부, 6개월만에 입장돌변
수은·산은·무보 등 공적금융
해외 석탄프로젝트 92% 지원
"脫석탄 가속땐 국내산업 휘청"
기후금융 지지 놓고 진퇴양난
'탈(脫)탄소' 목표를 향한 정부의 석탄금융 중단 선언은 국내 석탄산업 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 탈탄소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석탄발전을 여타 친환경발전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역시 오랜 기간 석탄금융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11일 석탄업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작년 6월까지 국내 금융사가 국내 프로젝트에 제공한 금액과 해외 프로젝트에 제공한 금액은 각각 45조원과 10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투자 대상 지역 미공개 금액은 제외한 것인데 약정계약을 맺었으나 자금이 인출되지 않은 인도네시아 자와9·10과 베트남 붕앙2 프로젝트의 약정액을 고려하면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국내보다 더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는 전체 금액의 92%가 공적 금융사를 통해 지원되고 있다. 지난달 IBK기업은행과 시중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113개 금융사가 2050년 탄소중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후금융 지지선언을 했지만 공적 금융사들은 불참한 것 역시 이 같은 높은 해외 프로젝트 투자 비중과 무관하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은 운용 중인 석탄 관련 익스포저가 너무 많아 기후금융 지지선언에 불참했다"며 "이런 상황에 정부가 나서 탈석탄금융 선언을 하면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석탄발전 금융 지원이 중단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사업 연결매출 기준 석탄화력 매출이 전체의 35~40% 수준에 달한다. 이미 탈원전 정책으로 흔들린 두산중공업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투자 승인을 받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만 340여 곳에 이른다"며 "당장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대출과 보증이 막히게 되면 이들 기업의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은 "국내 경제 산업구조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섣부른 석탄금융 중지 선언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신중히 검토하겠다던 입장을 밝힌 지 6개월여 만에 전향적으로 화력발전 수출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 선언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미국·유럽의 거센 탈탄소 전략 동참 압박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최빈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석탄에 대한 자금 조달(석탄금융)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지 않아 오는 22일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탄소 감축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무리한 NDC 상향을 요구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기후 우군'임을 선포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한국을 선두에 내세워 보다 많은 국가가 탈석탄금융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는 '코리아 세일즈 효과'를 노리고 있어 정부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교부와 환경부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어긋난다"며 '전면 중단' 선언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인데, 일본 역시 최근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출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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