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당정 '종부세 속도조절' 만지작..586 지도부는 요지부동

이지용,문재용 2021. 4.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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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 부동산정책 변곡점
보유세가 민심 이반 핵심요인
박영선조차 "부담 과도" 지적
서울아파트 25% 종부세 납부
1주택·실수요자 대책 불가피
與지도부는 강경기조 여전
비대위서도 따로 언급 안해

◆ 부동산정책 기류 변화 ◆

서울시 양천구 목동11단지가 최근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하자 분노한 주민들이 아파트 외벽에 양천구청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승환 기자]
4·7 재보궐선거에서 표출된 부동산 민심과 관련해 정부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공시가격 인상 등에 대해 재검토하는 작업을 뭍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주도의 2·4 공급대책 기조와 다주택 종부세 등의 큰 줄기는 유지하되 단기간에 대상자가 확 늘어난 1주택 종부세와 공시가격 등을 중심으로 수정·보완점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부동산은 투기'라는 이념적 틀에 갇힌 지도부 목소리가 여전히 큰 데다 아직 부동산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11일 당정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재보궐선거 이후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수정·보강하기 위해 세제·금융·공급 등 전반적인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거 직후인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의 취지를 짚어보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부분은 대출 규제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년과 생애 첫 주택 구입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당 후보였던 박영선 후보조차 "서민들 부담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성난 민심의 원인은 보유세다. 어떤 방식으로든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세부담은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구간별 전국 아파트 물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 9억원 이상인 서울 아파트는 모두 40만6167가구로 서울 내 전체 공시 대상 아파트(168만864가구)의 약 24.2%로 급증했다. 2019년에는 12.37%, 2020년에는 16.8%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당정 주변에서는 공시가 9억원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올리거나 올해 시행 예정인 종부세율 인상(0.5~2.7%→0.6~3.0%)을 유예하는 방안이 종종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런 보유세 완화 기조는 홍 부총리가 언급한 '유지되는 큰 틀'에 해당된다는 시각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예정된 세제를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되레 특정 지역 집값을 자극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에서는 '세율'보다 한꺼번에 급격히 올라가는 공시가격 속도가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공시가격은 사실상 중앙정부가 독단적으로 실행하는 '증세'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30년 현실화율 90%(공시가격을 시세 90%에 근접하게 만드는 것)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속도를 늦춰 완급을 조절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 결정 사항이 결국 집값 향방과 여당인 민주당의 '특단의 결심'에 달렸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징벌적 부동산 세제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부동산=투기'라는 이념적 틀에 갇힌 여당 핵심 지도부의 반대를 넘어설지 미지수다.

오는 5월 전당대회로 새롭게 출범할 지도부 역시 세금 정책 전환을 입에 담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 같은 종부세로 반기를 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개최된 민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종부세에 관해서는 특별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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