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30살미만 제한했지만..기피심리·백신수급 '이중고'

최하얀 2021. 4.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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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정부, 나이대별 득실계산 끝 결정
희귀 부작용 이슈에 수급문제 겹쳐
AZ 쏠린 접종계획 재정비 발목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보건소에서 한 의료진이 보건의료단체장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희귀 혈전증’ 부작용이 확인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앞으로 만 30살 미만에 대해 접종이 제한된다. 정부는 나이대별 득실계산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고, 다른 나이대에 대해선 혈전 발생 관련 ‘사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중의 접종 기피 심리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30살 미만에 투입할 대체 백신도 없는 등 상반기 백신 공급에 여유가 없고 수급 물량이 아스트라제네카에 쏠린 점도 우리 접종계획 재정비의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1일 “잠정적으로 연기·보류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12일부터 재개한다”며 “다만 30살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1차 접종을 아스트라제네카로 완료한 사람은 연령과 관계없이 2차 접종도 아스트라제네카로 계속 접종한다”고 덧붙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1∼2차 접종 백신을 다르게 하는 교차접종을 선택했지만, 이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추진단은 또 희귀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중증 악화와 사망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감시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30살 미만 연령대만 접종을 제한한 것은 20대는 접종을 했을 때 위험이 이득보다 큰 편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서 위험은 유럽의약품청(EMA)이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인정한 희귀 혈전증(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뇌정맥동혈전증과 내장정맥혈전증)이 나타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것이다. 이득은 코로나19 감염 뒤 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예방되는 효과를 말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혈액응고장애 자문단의 연구 결과를 보면, 20대는 위험이 이득보다 크거나 비슷한 유일한 연령대였다. 30대 이상부터는 이득이 더 많아지는데, 60대는 코로나19 사망방지 이득은 42.1배, 중증화 방지 이득은 159.3배가 컸다. 80대 이상은 둘 다 690.3배나 컸다.

정부의 이날 결정은 영국의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계획과 유사하다. 영국 역시 30살 미만에 접종을 제한하기로 했고, 1차 접종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경우엔 2차도 그대로 투여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30살 이상 다른 연령대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필요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영국이나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하지 않은데다 유럽 국가 등에서도 30~59살 연령대에 접종을 제한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백신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아져서 이득이 명백하게 큰 고령층마저 아스트라제네카는 안 맞겠다고 할 것이 우려된다”며 “방역당국이 중증과 사망방지라는 (우선 접종대상군 설정의) 원칙을 지켰더라면 (지금보다) 혼란과 불안은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정부는 중증·사망 억제 목적 이외에 다른 사회적 활동 수요를 고려해 젊은층이 많은 유치원·초등학교 교사와 항공승무원 등을 2분기 접종 대상에 추가했다. 이런 전략을 짜기에 앞서 국제사회에서 진행 중이던 희귀 혈전 논란을 먼저 신중하게 짚어봤어야 했다는 얘기다.

특정 백신 이슈 영향 최소화하려면
다양한 백신 신속확보가 관건

신뢰하락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른 대체 백신을 투입하는 것도 백신 수급의 한계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 독일,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 호주, 벨기에 등이 50∼60살 미만에 폭넓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다른 백신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30살 미만 제한을 권고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최은화 위원장(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원회는 백신 접종의 연령별 이득과 위험, 그리고 백신 사업의 현실성을 다각도로 논의하여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연령별 이득과 위험 평가 분석에도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어느 정도 고려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도입된 백신 가운데 화이자 백신은 75살 이상에 접종하기만도 빠듯해 현실적으로 손에 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이란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정이란 얘기다.

2분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30살 미만 약 64만명에게 접종할 백신의 종류도 수급 문제 탓에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이날 “30살 미만에 접종할 백신에 대해서는 백신 수급과 도입 일정에 따라서 계획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얀센이나 노바백스 등과 협의하고 있고, 화이자 백신도 조금 더 조기에 받을 수 있게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계획 전반의 신뢰를 높이고, 접종 속도를 내려면 다양한 백신의 신속한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2분기 도입이 시작될 얀센 백신(600만명분)도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유형의 백신이라서 희귀 혈전증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유럽의약품청은 9일(현지시각) “얀센 백신 접종 4건에서 심각한 혈전 사례가 보고됐다”며 “아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결국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의 종류가 빨리 늘어나야 이런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며 “특정 백신에 대한 이슈가 등장했을 때, 다른 백신이 있어야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백신 접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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