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 영남-수도권-충청 '지역구도'

장나래 2021. 4.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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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재보선 압승으로 기세가 오른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일단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놓고 영남과 비영남이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친박·친이계 수장인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마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운영하면서 지역·계파 갈등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정권 탈환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당이 다시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기 전당대회 ‘지역구도’ 본격화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지역 갈등’은 재보선 바로 다음 날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성명에서 “특정 지역 정당이란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는 문구를 두고 ‘특정 지역 정당’이 영남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11일 <한겨레>에 “직접적으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도 “나도 영남 의원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으로 표출된 2030대의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당의 쇄신과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번엔 영남권 의원들이 당 중심 무대에서 활약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발끈’했다. 특히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영남 정당 한계가 뭔지 모르겠다”며 “‘호남이나 우리 당이 약한 지역을 영남 지역처럼 보강하는 정당이 되자, 전국 정당이 되자’는 말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대표·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굳이 특정 지역은 나오지 말라는 식의 성명을 내는 것에 숨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당권을 향한 경쟁에서도 ‘지역 구도’가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영남-중도 이미지를 위한 수도권-‘윤석열 대망론’을 등에 업은 충청권 인사들의 경쟁이다. 영남권에선 주호영 권한대행과 조경태·윤영석·하태경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조경태·윤영석 의원은 이미 재보선 전부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충청권에서는 정진석·홍문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을 위해 충청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진석 의원은 ‘충청대망론’을 주도하며 윤 전 총장 영입에 적극적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는 권영세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영남당’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수도권 출신 중진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선 출마 고심…김웅 출마에 유승민계 견제 목소리

‘중도 확장이 가능한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김웅·윤희숙 의원도 출마를 고심중이다. 당 대표 경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김웅 의원은 <한겨레>에 “이번에는 초선이 무조건 전당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선 가능성을 떠나 초선이 도전하는 모습 그 자체가 당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견제하는 시각도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당 대표에, 유의동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해 세를 모은다면, 대선 도전을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계파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은근히 유승민계 의원들이 많다. 김웅·유의동 두 사람의 당 지도부 도전이 어떻게 유 전 의원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초선들이 당 대표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유 전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무관하다”며 “계파 대표가 아닌 우리 당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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