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보급 정책 다시 세우자](하)'보조금 폐지가 답이다'

박태준 2021. 4.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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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시장과 산업 발전에 해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시장 초기부터 10년 가까이 보조금 사업을 계속해온 탓에 자기 돈을 들여 충전기를 구매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고 충전사업자 역시 정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게 일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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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시장과 산업 발전에 해가 되고 있다. '보조금'은 말 그대로 필요한 자금을 보조해 주는 것을 말하지만, 충전기 보조금은 추가 비용 투입 없이 완제품부터 설치공사 비용까지 보조금에 맞춰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보조금이 매년 줄면서 제품과 공사비 역시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최근엔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한 저가 충전기까지 등장했고, 공사비 절감을 위해 충전 업계는 공사비가 많이 드는 고객을 가려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전기차 시장 초기부터 10년 가까이 보조금 사업을 계속해온 탓에 자기 돈을 들여 충전기를 구매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고 충전사업자 역시 정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게 일상화됐다.

미국 충전서비스 업체 Evgo가 현지에 운영 중인 전기차 초급속 충전소. 이 회사는 전력분배(Power Sharing)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에 따라 충전속도를 제어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충전서비스·충전기제조 업계 대다수가 정부의 충전기 보조금 폐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다 보니 국내 충전시장은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보조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민간 기업이 전국에 설치한 공용 완속충전기 약 4만9918기 중 4만4155기가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됐다. 여기에 약 5000기는 한국전력 예산으로 구축돼 사실상 공용시설의 민간 투자분은 미비한 상황이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급속충전기 역시 전국 1만164기 중 환경부와 한전·지자체가 설치·운영 중인 8208기를 제외한 민간 물량은 1956기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한국에너지공단·경기도청 등 보조금 지원 사업에 의해 운영 중인 충전기다.

이처럼 충전기 및 충전서비스 기업들이 보조금에 의존하면서 정부 입찰 기준에만 맞추다 보니 제품 단가를 낮추는 것 이외 기술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매년 줄어드는 보조금 때문에 오히려 제품 완성도나 서비스 품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해외 다른 국가와 달리 시장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나 기술 고도화는 찾아볼 수 없다 보니 국내 충전기는 외형이나 성능, 기능도 전부 비슷하다. 반면에 해외에는 충전사업자의 수익성과 소비자 환경에 최적화된 중속 충전기(20~30㎾)나 전력분배 등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충전기가 대세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충전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비자에 최적화시키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속 충전기나 전력분배 등 다양한 충전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정부 보조금 사업에 맞는 획일적인 제품만 나올 뿐, 시장에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매년 불법, 편법 행위 등은 매년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충전기 보급 사업을 중단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전업체 한 대표는 “다른 국가는 건물의 충전시설 의무화나 시설물에 대한 일부 론(자금)이나 인센티브를 지원할 뿐 세계적으로 충전기 보조금을 지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정부 사업으로 전국에 충전기가 많이 깔리긴 했지만 실제 사용자 접근성이나 서비스 품질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5년 충전 인프라 확대 보급에 따른 정부의 시장 마중물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에서 충전기 보조금 폐지를 결정했지만, 중앙정부의 반대로 이를 보류했다. 이후 수년째 충전기 보조금 지원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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