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중재·美시장 '失機' 위기감.. 명분·실리 챙겨 윈윈

박정일 2021. 4.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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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일 동안 이어졌던 LG와 SK 간의 '배터리 소송전'이 긴 공방을 끝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 결정 기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전격적인 합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건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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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딜레마.. 양사에도 압박
계열사 현지사업 소탐대실 우려
LG, 지재권 확보 결과물 이끌어
SK, 고객사 파트너십 확대 계기
<코트라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만 2년에 걸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배터리 전쟁'이 드디어 끝났다. 벼랑 끝 대치상황을 이어가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극적으로 합의하게 된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함께 자칫 소송 승리에 집착하다 급성장 중인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조 현금+1조 장기 분납…'명분·실리' 모두 챙겨= 특히 이번 합의는 양쪽 모두 한 발씩 양보하면서 향후 발생 가능한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금 1조원의 합의금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로열티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장기간에 걸쳐 분납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에서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12일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합의 관련 공시에서 관련 내용 일부는 나올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적재산권을 지켰다는 상징적인 결과물을 끌어냄과 함께 최근 현대자동차 코나EV 보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소송 패배 부담을 덜고 일시적인 보상 부담을 상당 수준 낮춰 추가 투자 여력을 일정 수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 역시 이번 합의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라며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와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와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내·외 추가 투자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美 정부 적극 중재 결과물…미 친환경차 시장서 한·미 공조 주목= 이번 전격 합의는 사실상 '거부권' 행사여부를 활용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 이후 백악관을 대신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왔으며, 막판까지 양 사와 접촉하며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환경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노리던 바이든 행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식재산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지론에 상충하게 되고, 자칫 중국을 상대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기술패권 전쟁에서 명분을 잃을 수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상황은 LG와 SK에도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을 놓치는 것은 물론 주요 계열사들의 현지 사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소탐대실'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1년 32만7120대 수준에서 오는 2025년 83만690대로 연 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서 1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고, 이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에 4년 간 2조 달러(약 2242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미국과 K-배터리 간 적극적인 협력 체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측 대표는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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