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수처 측 "우리는 정부 소속"..독립기관서 나온 황당 발언

유선준 2021. 4. 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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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면서 정부에 소속돼 있다는 황당한 발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정부에 소속돼 있어요” (공수처 관계자)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특혜조사 등 각종 논란으로 수렁에 빠진 공수처가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국가기관인데도 정부 소속이라고 밝혀 공수처 설립 취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수처 측이 직제상 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소속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수사에 있어서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는 정부에 소속돼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똑같이 정부 조직도에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검경이 법무부와 행정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것과 달리 공수처는 정부부처나 청와대 등 다른 기관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공수처법 3조 2항은 ‘공수처는 직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3항에는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공수처의 직제 및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공수처가 독립 수사기관이면서도 정부에 소속돼 있어 직제 등이 본인도 헷갈린다는 취지로 황당한 발언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로고 제작도 행안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관련 내용이) 훈령에 있고 (공수처는) 중앙행정기관”이라며 “별도의 수사기관이기도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룰을 따라야 한다. 저희도 몰랐는데 행안부 장관이 허가하게 돼 있고 (공수처는) 정부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와 똑같이 정부 조직도에 나와 있는데 저도 헷갈린다”며 “국회에서 오라면 가야하고, 예산 확보하려면 기획재정부에 가야 한다. (공수처는) 독립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 재판에서 (공수처) 위헌 여부 판결할 때 우리(공수처)가 중앙행정기관이라고 인정해줬고 행안부에 소속돼 있다”면서도 “수사에서는 공수처법에 의해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조항이 있어 수사의 독립성은 확실히 보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정부의 입김이 작용돼 편향적인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수처 사무실이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는데다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새 로고 제작 등도 행안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즉 독립 국가기관인 공수처가 정부부처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공수처가 만들어질 때 자기들은 행안부 소속도 아니고,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라고 계속 강조했다. 이게 공수처의 공식 입장”이라며 “헌재 결정문을 보면 독립행정기관이라고 정의를 내렸는데, 독립행정기관이라는게 국가인권위·국민권익위 등이 있다. 공수처는 수사와 기소를 행사하는 준 사법기관으로서 이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정부과천청사에 있는데, 행안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며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데, 왜 행안부의 관리를 받는 기관으로 기능을 하고 있냐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자기들 필요할 때는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라고 말하고, 자기들이 불리하면 다른 얘기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수처 측은 이날 본지 기사가 나간 뒤 "헌재 결정과 같이 직무상 독립기관이지만 집행적으로는 행정부 소속으로 돼 있다"며 "따라서 CI(로고)·예산 등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 타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근거로 공수처가 편향적인 수사를 한다고 예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수처는 수사 개시도 하기 전에 공정성 시비를 자초하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지검장 특혜조사 및 관용차 제공, 검사 범죄 기소 우선권 주장 논란,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진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은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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