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2조원에 합의.. "10년간 추가 소송 안 한다"(종합)

정민하 기자 2021. 4.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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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가 2년만에 마무리됐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또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픽=조선비즈 디자인팀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 LG 3조원-SK 1조원의 중간인 2조원 합의… "美 압력 및 우리 정부 중재 영향 커"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로,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두 회사가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미 정부의 압력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무역부(USTR) 역시 물밑에서 양사의 합의를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 내 안정적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중국 등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상충하고, 폭스바겐과 포드의 배터리 납품에는 유예기간까지 준 상황에서 명분도 약했다.

결국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면서 LG와 SK 양측에 거부권 시한 전에 합의할 것을 계속해서 종용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달 공식 협상에서 LG가 3조원, SK가 1조원을 주장한 가운데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인 2조원에서 합의금액이 결정됐다. 양 사는 일요일인 1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와 서울 중구 SK 본사.

◇ ‘배터리 분쟁’ 713일 동안… 소송 비용 1조원 쓰고, 경쟁자 中에 시장 빼앗겨

이날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사업은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SK가 진행 중인 조지아주 공장 건설과 폭스바겐, 포드 공급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공장은 내년 준공해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LG도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 데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양 사는 이번 합의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을 취하한다.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을 비롯한 국내외 파생 소송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양사는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금 외에도 양사가 쏟아부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 중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로비에 65만달러를, LG 측은 53만여달러를 투입했으며 올해 들어도 많은 로비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로펌 고용 등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고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소송전이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 등과 손잡는 등 ‘변심’했고, 유럽과 미국 등 경쟁국들이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우리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부작용도 낳았다.

폭스바겐은 LG와 SK가 주력으로 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도 최근 아이오닉 신규 발주 물량을 중국 CATL에 맡겼다.

조선DB

◇ 양사 추가 입장 "이번 합의로 배터리 경쟁력 키워 시장 선도하겠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공동 합의문과 별도로 각사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합의를 계기로 배터리 사업을 더욱 강화해 시장에서 지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합의로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SK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져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합의가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SK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한국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추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면서 "미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 SK이노베이션 추가 메시지 전문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 및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 되었으므로 ▲미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말씀드립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사업가치·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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