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일만에 끝난 '배터리 전쟁'

김위수 2021. 4.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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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유출부터 합의금 놓고 극한대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LG화학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지난 2019년 4월 LG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를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713일만에 극적인 합의에 성공하며 종결됐다.

SK 배터리 등에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ITC의 최종판결 후 2개월간 이어진 '극한대치' 끝에 합의를 도출해낸 것이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2년여간 이어진 '배터리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LG→SK 100여명 이직 발단…소송전 치달아=사건의 발단은 2017~2019년 LG화학 직원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분할됐다. 당시 LG측에서는 SK가 자사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빼갔다고 의심했고, SK측에서는 처우에 따른 직원들의 자발적인 이직이라고 맞섰다.

그러던 중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말 폭스바겐으로부터 배터리 수주를 따냈다. LG는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폭스바겐 관련 제품과 기술을 다루는 곳에서 일했다며, 기술 탈취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듬해인 2019년 4월 LG측은 ITC에 SK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양측의 앙금은 비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해 8월 SK측은 LG를 상대로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9월 LG가 다시 SK를 상대로 또 다른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맞받아쳤다.

LG가 제기한 영업비밀 소송에 대해 미국 ITC는 지난해 2월 LG의 예비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총 세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2월 ITC는 SK의 최종 패소를 확정하고, 배터리 등 제품에 대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합의금 협상 난항에 '극한대치'…혼돈의 60일=당초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ITC의 최종판결이 나올 경우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으나, 판결 이후 오히려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양측이 원하는 합의금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며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LG가 요구한 합의금은 3조원 이상, SK가 원한 합의금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SK 내부적으로 3조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불할 바에는 미국 배터리 사업을 접는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SK는 합의를 진행하지 않고, ITC의 최종판결 60일안에 행사할 수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SK는 24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고,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철수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LG도 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맞섰다. 양사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딜레마' 바이든…물밑에서 LG·SK 합의 '압박'=바이든 대통령은 양측의 배터리 분쟁으로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친환경 정책의 핵심인 전기차 확산을 위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이 필요한데, SK의 사업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배터리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SK 배터리의 빈 자리를 중국산 배터리가 채울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나왔다. 또 SK의 공장이 건설 중인 조지아주 일자리 확보 문제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하면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원칙을 포기하는 모양새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향해 지식재산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므로,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SK의 사업 철수를 막으면서도 지식재산권 보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물밑에서 LG와 SK의 합의를 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LG와 SK의 합의에 대해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고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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