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순매수' 외국인이 돌아왔다..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5월 공매도 재개.."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2조5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9일 하루를 빼고 모두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1~3월 8조6000억원 가량 순매도 공세를 퍼부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간 순매도 기조를 일관해 온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원화 강세와 금리 약세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130~1140원대를 오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120원까지 떨어졌다. 연일 기지개를 켜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6%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 실적이 있는 코스피 기업 109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6조8600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4.4% 상향 조정됐다. 연초(33조6600억원)와 비교하면 9.5% 가량 높아졌으며 2분기 실적도 점차 상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주 외국인 순매수 강도를 확인해봐도 통신서비스, 반도체, 유통, 소프트웨어가 상위에 포진해 있다. 모두 지난주 대비 주당순이익(EPS)이 상향 조정된 업종들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우호적인 수급 개선을 기반으로 코스피의 최고점 돌파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순매수 영향에 코스피는 2월 중순 이후 약 1개월 반만에 3100선에 안착했다. 그간 지수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외국인 수급이 우호적으로 바뀜에 따라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상승탄력에 힘을 실어줄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다소 식어가는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반으로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 자금이 5개월만에 유의미하게 들어오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으며 이런 수급 변화는 IT 중심의 제조업 경기와 교역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되는데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경민 팀장은 "현재 외국인 매매는 전형적인 패시브 성격"이라면서 "코스피를 아웃퍼폼한 종목은 팔고, 언더퍼폼한 종목은 늘리는 매매전략을 수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 재개 시 액티브 펀드, 헷지펀드, 롱숏펀드 등 다양한 성격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작년 6월 대만이 공매도를 조기에 재개했을 당시 한국과 정반대의 수급 상황이 펼쳐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증시를 32억7000만달러 순매수한데 반해, 한국은 7000억달러를 순매도한 것이다.
이에 수급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순매수 여력이 큰 업종을 꼽아 보면 자동차, IT가전, 반도체 등"이라며 "국내 산업재 섹터 중에선 건설, 정유 업종의 외국인 순매수 여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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