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합의는 바이든의 승리"라는 美 언론..왜?
거부권 행사시 일자리·전기차 공급망 구축 정책 타격
반대 경우엔 지식재산권 도용 등 中비판 명분 약화
"갈등 피하고 일자리도 보호..명분·실리 모두 챙겨"
최종 승자는 바이든…일자리 챙기고 지재권 보호 원칙도 지켜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분쟁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26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공장을 완공할 수 있게 됐고, 두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미 포드와 폭스바겐에 계속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은 올해 말까지 1000명, 2024년까지 근로자 2600명을 고용할 계획이며 30만대이상 분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해 대부분을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미국 기반의 전기차 공급망 구축, 기후변화 대응 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양사 간 합의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은 물론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 간의 배터리 관련 법적 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다.
앞서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지난 2월 10일 LG 측의 손을 들어주며 SK에 10년 간 영업비밀 침해 부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조지아주의 주지사와 주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조지아주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SK이노베이션에 3억달러의 보조금과 무료 토지 및 기타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마감시한은 ITC 결정 후 60일째인 현지시간으로는 11일 자정,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즉 이번 합의는 마감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WP는 “결과적으로 양사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ITC와의 갈등을 피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보호하는 등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행사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그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지아주 일자리가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임에도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해 선건 판세를 뒤집은 정치적 요충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조지아주 내에서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일자리를 최대 6000개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또 조지아주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과 포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폭스바겐의 미국 최고경영자(CEO) 스콧 키오는 미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미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도용을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 조지아주 공장을 중국 기업 등이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17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제안하는 등 전기차 및 관련 인프라 확대 정책은 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 중 핵심 구성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미 정부는 이번 합의에 적극적으로 중재·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백악관을 대신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 왔으며, 막판까지 양사의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지난 수개월 동안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대표단이 미 행정부 관료들을 만나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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