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5적' 낙인, 그럼에도 거듭된 호소.."혁신의 주체로 서겠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심 영향력을 발휘한 20·30세대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의 호소일까.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내 다섯 의원이 자신들도 ‘20·30세대’인 점을 강조하며 당 내 혁신의 주체로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11일 일제히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을 내고, 보궐선거 참패 원인의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론했다가 이른바 ‘친문계’ 지지자들에게 ‘초선 5적’이라거나 ‘초선족’ 등의 비아냥까지 들으며 사실상 낙인이 찍힌 상황이다.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장철민(이상 가나다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저희 2030 의원들은 오만, 게으름, 용기 없음을 스스로 반성함에 그치지 않고,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일제히 밝혔다.
이들은 ▲민주적 원칙 훼손에 타협하지 않겠다 ▲당의 다양성 확대와 당력 극대화에 기여하겠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강화하고 새롭게 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알렸다.
당내 민주적 토론과 통렬한 반성 없이 재·보궐선거 후보를 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이같이 민주적 절차와 원칙을 상황 논리에 따라 훼손하는 게 결과적으로 당에 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거다.
당의 다양성과 당력 극대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2030 청년 세대가 느낀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민주당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국민 목소리를 듣고 더 잘 담아내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당력 극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친문’과 ‘비문(친문계의 반대)’을 나눠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면서,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론만을 주장하는 행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과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의 여러 과제의 완수 방법과 순서를 가늠하고, 개혁과제를 치밀하게 다듬는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이들은 덧붙였다.
이에 다섯 의원은 ▲언론과의 토론 ▲청년과의 만남의 두 가지 실천을 해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의 생각을 향해 거센 비난이 쏟아진 데는 본질과 세부 내용이 생략된 채 자극적인 제목으로 곡해되어 다뤄진 보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젊고 더 나은 저널리즘을 꿈꾸는 언론인들이 자신들과 함께 논의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나아가 “청년다운 방식으로 길, 학교, 일터에서 청년과 만나겠다”며 “공감과 멀어진 기득권 민주당이 공감과 연대의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게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앞서 이들의 입장을 접한 강성파 당원들의 반발이 폭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지난 10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들 다섯 의원을 ‘초선 5적’으로 칭하며 비판하는 글 등이 쇄도했다. 심지어 ‘초선족’이라는 비하성 표현도 등장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친문성향 커뮤니티에서 이들의 전화번호까지 공유해 해당 의원들에게는 ‘문자 폭탄’도 쇄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의 주체로 서기 위한 2030 의원들의 첫 번째 노력”
저희 2030 의원들은 오만, 게으름, 용기없음을 스스로 반성함에 그치지 않고,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그에 앞서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실천의 방향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민주적 원칙 훼손에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당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통렬한 반성 없이 재보궐선거 후보를 냈습니다. 또한 작년 전당대회 직전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임기를 분리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했습니다. 우리는 민주적 절차와 원칙을 상황논리에 따라 훼손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당에 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민심의 심판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2030 의원들은 5월 2일 전당대회에서의 권리당원 전체 투표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을 요구합니다. 당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록 더욱 더 민주적 원칙을 지켜 전체 당원들의 참여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둘째, 당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당력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겠습니다.
비난과 논란을 예상했음에도 저희가 이틀 전 반성문을 발표한 이유는 당내에 다양한 성찰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더 건강한 민주당을 만들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2030 청년 세대가 느낀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바꾸기 위해 저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듯이, 우리 민주당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국민들 목소리를 잘 듣고 더 잘 담아내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당내 다양성 확대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또한, 당의 혁신은 ‘분열’이 아니라 ‘당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당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을 더 크게 거론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입니다. 결코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론만을 주장하는 분들은 부끄러워하셔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셋째, 민주당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강화하고 더욱 새롭게 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전국민 고용보험과 노동시장 안정화, 공공의료 확충 및 복지국가 건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국민주거 안정, 코로나19 극복과 안전사회 건설.
우리 당이 지향해 온 가치와 방향은 분명 옳습니다. 우리가 추진해온 국민을 위한 민생개혁들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은 하나같이 국민 삶에 영향이 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과제들입니다. 많은 갈등요소가 있는 만큼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벼리어냈어야 합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과제 완수의 방법과 순서를 가늠하고, 개혁과제들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다듬어 내는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남은 1년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과 개혁과제, 쇄신하고 버려야 할 내부의 적폐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해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 저희는 바로 이번 주부터 두 가지 실천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첫째는 언론과의 토론입니다. 특히, 더 나은 저널리즘을 꿈꾸는 젊은 언론인들과의 소통입니다.
저희가 ‘스스로의 오만, 게으름, 용기 없음’에 대해 상세히 고백한 반성문은 지난 이틀 동안 본질과 세부 내용이 생략된 채 자극적인 제목으로 곡해되어 다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모습을 보며 언론의 변화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러나, 어떤 개혁이든 내부의 성찰과 변화 없이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지금보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꿈꾸는 언론인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정치와 언론이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는 시작점을 찾고, 그 분들과 함께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논의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에 요청합니다. 정치부의 젊고, 더 나은 저널리즘을 꿈꾸는 언론인들이 저희와 함께 논의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틀에 참여해주십시오. 저희 젊은 의원들이 젊은 언론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그렇게 진정한 언론개혁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둘째는 청년과의 만남입니다.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 쓴소리도 경청하고 함께 희망을 그리겠습니다.
가장 청년다운 방식으로 길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청년과 만나겠습니다. 직접 묻고 들으며 아파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공감과 멀어진 기득권 민주당이 다시 공감과 연대의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저희부터 실천하겠습니다.
많은 분노를 접합니다. 조소와 비난에 아픕니다. 하지만 국민께 오래 사랑받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켜온 민주적 가치를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저희는 계속 꿈을 꾸고, 실천하며, 그렇게 나아가겠습니다.
2021년 4월 11일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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