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들이여, 걱정말고 맘껏 드세요
직장인 박모(39)씨는 최근 허리와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의사에 따르면 박씨의 통증은 ‘급찐살’(급하게 찐 살) 탓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0㎏대 중반이었던 그는 코로나 사태 시작 후 1년 내내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혼술을 하는 바람에 8㎏이 늘어났다. 의사는 복부에 집중된 살이 허리에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국회의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국민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1317만 명 가운데 514만 명(39%)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전년 대비 비만율 상승 폭은 2019년(0.11%포인트)의 6배인 0.66%포인트로 커졌다. “코로나 사태 때 늘어난 건 집콕과 배달음식, 그리고 이른바 ‘확찐자’”라는 유행어까지 돈다.
◇ 굶지 않고 살빼는 ‘착한 열량’
비만은 단지 미용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 시 환자 상태를 악화할 수 있다. 영국공중보건청은 작년 7월 비만이 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을 40% 높인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때 생긴 소아·청소년 비만은 팬데믹이 끝나도 위험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길들여진 식습관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비만을 벗어나기 위해 체중 조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통업계는 무조건 굶어서 살을 빼는 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로 배를 채우는 ‘착한 열량’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는 21일까지 ‘착한 열량 상품’ 기획전을 연다. ‘비건’(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 식단을 할 수 있는 두부, 샐러드 등 30여 종 상품을 내놨다.’풀무원 두부면'을 2490원에, ‘풀무원 두부봉’은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500원 할인한 1490원에 판다. 한끼용으로 개별 포장해 재료 손질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도 다양하게 구성해 ‘크런치가든/리치팜’, ‘이색믹스 더블’, ‘웰빙팜샐러드’ 등을 각 3990~4990원에 선보인다.
롯데마트는 저염, 저칼로리 관련 PB(자체 브랜드) 제품들을 내놨다. 비건 마요네즈로 콜레스테롤 제로 상품인 ‘해빗 건강한 마요’, 기름에 튀기지 않은 쫄깃한 식감의 당면인 ‘요리하다 굿누들’, 다이어트식으로 유명한 곤약을 젤리처럼 구성한 ‘온리 프라이스 곤약 젤리’ 등이다. 롯데 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년 대비 매출을 보면, ‘해빗 건강한 마요’는 36.0%, ‘요리하다 굿누들’은 55.0% 신장했다.
이마트는 지난 1년간 고객들이 샐러드 매장에 제안한 의견 수백 건을 분석해 지난달 말 새로운 샐러드 제품을 출시했다. ‘기본 채소’에 따라 상품을 양배추·양상추·유럽채소·어린잎·새싹채소와 과채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한 끼를 대체 할 수 있는 완성형 샐러드도 7가지로 선보이고 토핑 종류에 따라 클래식·미트(고기)·씨푸드(해산물)·치즈로 구분 진열한다.
◇스타트업들은 ‘영양 균형 도시락' 경쟁
의학 전문가들은 지난 한해 동안 잦은 배달 음식 때문에 비만이 늘었다고 한다. 김대중 아주대의대 교수는 “흔히 배달 음식을 집에서 먹어 ‘집밥’으로 여기는데, 배달 음식은 ‘집에서 먹는 외식’”이라며 “배달 음식은 칼로리가 대체로 높고 많이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매끼니 건강식으로 차리자니 번거러운 ‘확찐자’와 ‘초보 집밥러’를 위한 식단관리용 도시락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도시락에 사용되는 주요 식재료가 닭가슴살에서 벗어나 다양해졌고, 편의점 도시락처럼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데워먹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 건강 관리 스타트업 다노가 운영하는 다노샵은 기호나 건강 상태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28가지 한끼 도시락을 내놨다.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균형을 맞추고 나트륨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다이어트 도시락 브랜드 ‘포켓도시락’은 흑현미잡곡밥·청양고추스테이크, 삼색나물현미잡곡밥·날치알스테이크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한끼 끼니로 손색이 없다. 냉동도시락 브랜드 포르미는 ‘가벼운데 배부른 간편영양식’을 내세운 ‘더포르미’ 도시락 12가지를 출시했다. 흑현미 단호박, 귀리 양배추, 강황 병아리콩, 현미 삼색나물, 카무트 적양배추 잡곡밥에 잡채스테이크, 매콤사태찜, 불고기오믈릿, 시금치 두부스테이크 등을 반찬으로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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