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갑자기 잠꼬대 많아지고 변비 심해져.. 혹시 파킨슨?

정진수 2021. 4. 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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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증상 떨림·경직·보행 장애 등
일반인보다 치매 발생 위험도 최대 6배 높아
완치 어려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더 중요
 
파킨슨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성화를 든 채 손을 떨던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전설적인 복서의 투병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 외상’을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받아들였지만,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다.

같은 노인성 질환이지만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파킨슨병은 발병 시기가 치매보다 빨라 유병 기간이 길고, 손을 떠는 증상이 겉으로 확연히 나타나 환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많은 질병이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11일)을 맞아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와 함께 대표적 퇴행성 질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증가 추세다. 2015년 10만3674명이던 파킨슨병 환자는 2016년 11만917명, 2017년 11만5679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12만5607명까지 늘어났다. 5년 새 21.2%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50대 이하 중년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전체 환자의 15% 가량이 50대 이하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지만 50대 발병이 거의 없는 치매와 비교하면 이 시기 파킨슨의 발병이 10배는 더 많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병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 나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머리 외상이나 농약 등 유해물질은 파킨슨병의 위험도를 높이는 환경적 요인에 속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안정시 떨림, 서동, 경직, 보행장애, 자세 불안정 등의 운동 증상이다. 글을 쓸 때 글씨가 계속 작아지는 현상이나, 얼굴 표정이 없어지거나, 걸을 때 한쪽 팔을 덜 흔들거나 한쪽 발을 끄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중 떨림은 다양한 뇌 질환에서 발생하지만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편하게 안정된 자세를 취할 때만 떨림이 나타난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한쪽 손이 떨리는 증상이 많다. 반면 다른 뇌질환으로 인한 떨림은 동작을 할 때 떨림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병을 외부로 숨기기 어렵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는 50대∼60대 초반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자리에서 밀려나 그동안 이뤄온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치료 목적은 ‘삶의 질’

운동증상 외에 경도인지 장애, 치매, 환각, 망상, 우울, 불안, 충동조절장애, 성격변화, 소변장애, 변비, 통증, 렘수면장애 등 ‘비운동 증상’도 발생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꿈을 많이 꾸고, 이를 잠꼬대 등 실제 행동으로 표현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인은 렘수면 동안 우리 몸의 근육 긴장도가 없어져서 꿈을 꾸어도 몸의 행동이 없는데, 파킨슨병 환자들은 렘수면 동안 몸의 근육 긴장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어서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헛손질을 하거나, 발로 걷어차거나, 심지어 침대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렘 수면 장애가 심할 경우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보통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전 비운동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중년에 갑자기 잠꼬대가 심해지고, 변비가 생기면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도 최대 6배 높다. 발병 후 15년 정도 지나면 50%가, 20년 정도 지나면 80% 정도 치매가 발생한다. 
다행히도 도파민성 약물의 증상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라 꾸준히 복용할 경우 일상생활,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완치는 어렵다. 진행을 막거나 더디게 해주는 약도 없다. 암처럼 3∼4기 발견과 1∼2기 발견이 생사를 가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조기 진단과 치료가 더 중요하다. 

정 교수는 “치료를 통해 떨림으로 인한 낙상,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위험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며 “유병기간이 긴 파킨슨병은 증상을 완화해 일반적인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은 주로 60대에 발병해 평생 이어지는 질병이다. 안정시 떨림과 보행장애, 자세 불안정 등 증상으로 주변에서 질병을 알아채기 쉽지만 도파민성 약물의 증상 치료 효과가 좋아 꾸준히 복용하면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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