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LG-SK 배터리 집안 싸움, 잃은 것과 얻은 것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글로벌 배터리 특허대전이 일단 막을 내렸다. 상당한 합의금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SK이노베이션으로서도 최대 5조원이 투자되는 미국 조지아공장을 지켜냈다. 배터리 자체생산 및 중국산 확대를 선언한 폭스바겐과도 일단 연결고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ITC(국제무역위원회) 판결 거부권 행사 시한(한국시간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배터리 분쟁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양사는 지난 2019년 4월 29일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의 제소를 시작으로 만 2년여 간 쟁송을 이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에 앞서 재계 인사들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사 간 득실표를 손에 쥔 총수들이 만나 교감하면서 합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총 세 건의 영업비밀 및 특허 분쟁을 강대 강 대치 속에 벌였다. 소송 초반과 막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대로 된 대화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소송비용이 국내외 로펌에 지출됐고 한국 배터리산업 안정성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 호시탐탐 배터리 자체생산을 노리던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들은 중국으로 협력의 방향을 선회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자체생산은 언제고 찾아올 예정된 미래였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앞서가도 모자랄 국내기업들이 '헛심'을 썼다. R&D(연구개발)와 생산시설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서 인력과 재원을 소송에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상대들은 힘을 키웠다. 중국 본토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에 점유율을 뺏기며 전전긍긍하던 중국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배터리사 CATL은 폭스바겐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폭스바겐이 자체 투자한 유럽 배터리사 노쓰볼트도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들어갔다.
양사가 막판 자체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도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판결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 가동이 백지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합의를 놓고 벌써 "바이든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투자한 수천개의 일자리가 아니라 바이든이 지켜낸 수천개의 일자리가 된 셈이다. 이 전개가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가동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TC는 SK이노에 대해 10년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일부 브랜드(폭스바겐 등)의 미국 내 공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일시적으로 공급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양사 간 합의 시점이 이 일시적 공급시한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양 사가 이에 앞서 합의에 이르면서 SK이노베이션은 예상대로 조지아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장 가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지아공장의 주요 고객이 폭스바겐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한국산 배터리 사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단 SK 조지아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폭스바겐 공급선을 지킬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SK로부터 받게 될 보상비용을 보다 생산적 투자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의한 보상비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유럽 등에 배터리 설비 투자를 벌이고 있던 LG로서는 가뭄의 단비다. 배터리사업이 막 흑자기조를 시작한 시점이어서 소송 종료와 보상비용 확보가 더욱 반갑다.
이번 소송을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한 차원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서 유사한 소송을 피해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동종업종 국내 기업 간 소송이 얼마나 소모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재발 방지를 위한 산업계의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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