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냐 민심이냐..민주당 대논쟁이 시작됐다

성한용 2021. 4. 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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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2021 4·7 재보궐선거]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73
2030 초선 의원 사과에 당원들 성토 쏟아져
정청래 "치열하게 토론하되 질서있는 모습"
김기식 "검찰개혁 당심-먹고사는 문제 민심"
당심-민심 일치시켜야 국민 신뢰 회복 가능
4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 우리나라 정당의 주인은 총재였습니다.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정당과 합쳐서 정당을 없애기도 했습니다. 공천과 정치자금으로 당내 권력을 독점했습니다. 총재가 죽으면 정당도 사라졌습니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노태우의 민자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신한국당, 김대중의 평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이회창의 한나라당이었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지금 정당에는 총재라는 직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당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당원들입니다. 정당에 따라 좀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아직 당원들에게 권력이 다 내려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주인은 확실히 당원들입니다. 당원들이 지도부를 뽑고 공직선거 후보를 선출하고 정치자금을 나눠줍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도 당원들이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 여부, 서울시장·부산시장 공천 여부 등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거기에 따랐습니다.

권한 행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총재가 주인이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총재가 지면 됩니다. 당원들이 주인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이 쉽지 않습니다. 당원들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원 없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원들이 토론과 논쟁을 거쳐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그 정도로 수습할 수 없을 만큼 패배의 충격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총선 압승 뒤 정확히 1년 만에 사실상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왜 참패했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먼저 2030 젊은 의원들, 그리고 초선 의원들이 4월 9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의견 표명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 더 멀리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자신이 낙선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심보다는 민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당심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여러 언론에서 대개 보도했지만, 전문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들의 인식과 절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2030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장문 전문

관행과 오만에 눈 감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되겠습니다. 우리 당은 금번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선거 중 한때 광범위한 조직과 지지층 집결로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도 가졌지만, 국민들은 냉엄한 투표로 응답하셨습니다.
선거 유세 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만난 20대 30대 청년들은 민주당에 싸늘하고 무관심했고,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들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선 국민의 마음, 그 원인은 결코 바깥에 있지 않습니다. 그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합니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이 우리 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은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으며, 당내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은 종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고 말았습니다.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하였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하였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은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합니다.
내로남불 비판을 촉발시킨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재산 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와 조치를 들이대지 못하고 억울해하고 변명으로 일관해왔음을 인정합니다. 분노했을 국민께 사과드립니다.
또한,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역사적 성취를 이룬 국민의 헌신과 희생에 늘 감사하고 경의를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민주당이 오늘날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기득권의 한 축일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성찰하지 못했습니다. 민주화를 이룬 국민의 위대함은 민주당만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잊은 것은 아닌지 아프게 성찰합니다.
청년이 없는 청년 정책을 펼치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 온 것도 청년들을 낙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의 분노를 산 소위 ‘인국공’ 문제, 역시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그분들께 가르치려고 한 오만함이 청년들과 민주당의 소통을 단절시킨 한 원인이었다고 아프게 자평합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표로 심판받고도 자성 없이 국민과 언론을 탓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우리의 말과 선택과 행동을 되돌아봐야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선 선 청년의원들은 고백합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경험이 부족한 초선 의원임을 핑계 삼아 어렵고 민감한 문제에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고, 정부와 지도부의 판단에 의존했으며, 국민의 대표로서 치열하고 엄밀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청년들 옆에 온전히 서지 못했습니다. 가장 혁신적이고, 당내 주류적 관행과 기득권 구조에 비판적이었어야 할 우리 청년의원들까지도 오만했고, 게을렀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모습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더욱 꺾었을지 모릅니다.
지난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국민들의 냉정한 표정과 마음을 기억하며 지금부터 우리 청년의원들이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용기를 내겠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할 말을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 세력으로 나서겠습니다. 바뀌어야 할 당의 관행과 기득권 구조,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대해 더이상 눈감거나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청년의 상황과 입장을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국방, 부동산, 교육,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정책에 청년들의 현실과 감수성을 반영하겠습니다. 청년의 대변인, 청년의 소통 창구가 되겠습니다. 때로는 개혁의 주체가 되면서도 동시에 자발적인 내부 혁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책임 지는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반드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주당, 기대에 부응하는 민주당을 국민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030 국회의원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일동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공동 입장문' 전문

민심은 옳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주신 국민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앞으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갖겠습니다. 지난 10개월간 초선 의원들로서 충분히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경청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에 의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당헌·당규를 시행도 해보지 않고,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여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습니다. 초선 의원들로서 그 의사결정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진심 없는 사과,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합니다.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현장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정했고, 민생과 개혁 모든 면에서 청사진과 로드맵을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안의 투명함, 우리 안의 민주성, 우리 안의 유능함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청년 유권자들을 가르치려 들었습니다.
국민들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재난 속에서 한계상황을 버티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저희들이 그 처절함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오전 우리 당 소속 2, 30대 청년의원들이 발표한 반성과 성찰의 내용에도 깊이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변해야 합니다. 변하겠습니다. 저희 초선 의원들부터 달라지겠습니다. 민주당 혁신에 앞장서겠습니다. 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습니다.
정책 전반과 당의 운영방식, 업무 관행, 태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초선 의원 전체 모임을 공식화하고 당 혁신 논의를 위한 조직을 결성하겠습니다. 초선의원총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성역 없이 끝까지 토론하겠습니다.
당 지도부 구성의 변화를 위해서 적극 나서겠습니다. 국민의 눈에 당의 변화가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을 바꾸고, 현장에 밀착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초선 의원 일동

어떻습니까? 의원들의 입장문에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 충격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기로 당헌을 개정하면서 전 당원 투표를 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당원의 압도적 다수가 공천에 찬성했습니다. 의원들의 입장문은 당원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030 의원들이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2019년 윤석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나선 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은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합니다.”

짧지만 강렬합니다.

이들의 반성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나는 ‘뒤늦은 반성’이라는 비판입니다. 그동안 당내에서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다가 선거에서 지고 나니까 뒷북을 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반대로 반성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개혁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의원들이 엉뚱하게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는 당원들의 시각입니다.

화가 난 당원들은 더불어민주당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권리당원 모임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글 가운데 하나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나치게 심한 욕설은 감췄습니다. 그래도 더불어민주당 열성 당원들의 분노와 격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4월 10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야 이 000야! 선거가 뭣 때문에 졌는지 몰라? 180석으로 개혁도 미루고 협치 사면 발언이나 하면서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으로 50%나 되는 표를 허공에 날리면서 진 건데 모든 걸 조국 탓으로 돌리면서 사과해 버리면 니네들을 지지하던 우리들은 뭐가 되냐?
이 000 00들아! 또 산토끼들에게 사과하면 집토끼는 가만있냐? 이 000 00들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과할 시간에 검찰, 언론 개혁 입법이나 제대로 해라. 개혁을 제대로 하면 180석은 돌아오지 말래도 돌아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 니네들은 적폐들과 싸울 때는 돕지 않고 뒤에 숨어 있다가 이제 와서 비열하게 조국과 추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냐. 못난 00들아!
선거 참패 이유를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것에 동의 못 하고 조국 탓으로 돌린다고? 그래서 니네들이 사과하겠다고? 뭔 자격으로? 니네들이 뭔 자격으로 사과를 해? 그러면 검찰개혁을 외치며 대검 앞을 에워쌌던 그 많은 깨시민들은 뭐가 되냐? 이 000들아! 니네들이 뭔 데 니네들이 뭔 자격으로 사과를 하겠다는 거냐? 너희들이야말로 모든 것을 조국 탓으로 돌리는 뻘짓을 멈추고 우리들에게 사과해라.
다른 건 다 봐줘도 조중동의 악행을 봐주고 넘어가는 국개들은 절대로 못 봐준다. 니네들은 민주당 초선이란 것들이 언론 환경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조중동이 얼마나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단 말이냐? 언론 탓을 안 하겠다니 그러면 언론 개혁을 안 하겠단 말이냐? 이 미친 초선들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을까요?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이 질서 있는 토론을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열성 당원들과도 잘 통하고 초선 의원들과도 잘 통하는 사람입니다. 9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캬라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3월 초까지 박영선 여론조사 1등이었습니다. 엘에이치 사태 후 급격히 여론이 기울었습니다.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 서초동 촛불 정신을 잊으면 안 됩니다.
제 생각에는 세금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아니었을까요? 종부세, 1인 가구 세금, 2주택자에 대한 문제 등등 이 부분에 대한 섬세한 손질이 필요합니다.
2030에 대한 핀셋 정책, 무주택자에 대한 희망 사다리 정책 등도 실질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입법을 긴급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종부세 대상을 최소화 9억에서 12억 내지 15억으로. 1주택 재산세 인하. 2주택자 투기 목적인지 아닌지 구별해서 과세해야 합니다. 부동산, 세금 문제에 대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선거는 욕망의 표출입니다. 지지층은 더 개혁하라고 하고 보수층에서는 개혁을 멈추라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와 손잡아야 합니까? 개혁은 중단 없이 가야 할 길입니다.
조중동의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라는 식의 십자가 밟기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을 잃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분열상입니다. 캬라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모래바람이 불어 사막의 지형이 바뀔 때는 잠시 멈추고 바람이 멎었을 때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잡고 길을 가야 합니다.
지금은 우왕좌왕이 가장 경계할 독소입니다. 방향을 정할 때까지 잠시 심호흡이 필요합니다. 가급적 개별적 목소리를 줄이고 당의 단합된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우선 1주일을 잘 보내야 합니다. 비대위에서 질서 있게 토론 방식을 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되 밖으로는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정청래 의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당분간 매우 격렬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평소 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던 의원들에게는 당원들의 문자 폭탄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심보다 민심을 의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패배하고 야당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핵심 가치와 정책 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정당은 집권을 위한 조직인 동시에,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강한 개혁 성향을 갖게 된 데는 내력이 있습니다. 2015~2016년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고 탈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 지지자들이 대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이들은 촛불혁명의 주역이었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민주당의 진짜 주인들인 것입니다.

자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이 지난 8일 <케이비에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심과 민심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또 하나 위기를 다른 쪽으로 표현하면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가 커졌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에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어떤 사인이나 요구하고 민심 간에 괴리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당의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이나 이런 부분들을 더 과감하게 하라는 요구가 있지만, 또 민심에서는 검찰개혁 좋은데 먹고사는 문제가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기들 이슈에만 저렇게 빠져서 국정을 무리하게 운영하느냐는 여론이 되게 강한 거거든요.”
“소위 검찰개혁이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를 원하는 당심하고 소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챙겨달라고 하는 중간층이나 이런 민심하고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의 조금 추상적이긴 합니다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를 어떻게 통합시켜 가느냐일 것입니다.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서 민심의 바다 위에서 어떻게 자기중심을 잡을 거냐? 이게 민주당의 과제라고 볼 수 있죠.”

김기식 소장 말대로 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 가는 일이 더불어민주당의 최우선 과제일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치는 민심을 이길 수 없고 경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토론과 논쟁을 거쳐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고 2022년 3월 9일 대선에 다시 당당하게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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