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박선주 감독 "상처, 지울 순 없어도 희미해지죠"

강애란 2021. 4. 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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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지 않은 오래된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했죠."

"우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장례를 치르고 회사에 출근해 일하잖아요. 그런데 가슴은 계속 무너져 내리죠. 이런 모습이 실제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원도 아픔이 남아있지만, 일상을 살아가죠. 정원과 가족들은 아마 계속 노력할 거예요.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지만, 점점 희미해진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그 첫걸음을 보여준 거죠.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공감하고 희망을 품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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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영화 연출.."일상의 이야기가 공감과 위로로 다가가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씻기지 않은 오래된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했죠."

박선주 감독 [몬순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비밀의 정원'은 1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이 잡혔단 소식을 접하면서 심리적 변화를 겪는 주인공 '정원'과 그의 가족들 이야기다. 영화는 배려 깊은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고, 이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박선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아픔, 미움, 원망, 안쓰러움, 미안함 등 복잡한 감정들을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느리지만 세심하고 단단하게 아픔을 치유해나간다.

최근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만난 박 감독은 "인물의 삶이나 인물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며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관해 관심이 갔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장편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박 감독은 그동안 단편 영화 '미열'(2017) '졸업여행(2012)', '연가'(2013), '너와 나의 거리, 1미터'(2011) 등에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왔다.

이번 영화는 그런 그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다만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 인물들은 분노를 터트리거나 슬픔을 쏟아내기보다는 속으로 감정을 삭인다.

"사건 당시와 시간이 지난 현재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의 세기가 10만큼 있다면, 극적으로 10을 향해 치닫는 게 아니라 천천히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오는 곡선을 그렸어요. 대사를 쓰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적으로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는 실제 인물들이 어떤 말을 할지에 중점을 뒀어요."

영화 '비밀의 정원' [몬순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침묵이 흐르는 장면이 유독 많고, 대사도 짧은 편이다. 때로는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행동으로 이들의 감정이나 의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수영강사인 정원이 수영장 물속에 가라앉았다 올라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정원은 과거의 자신에게도 화가 나 있기도 하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 인물"이라며" 누군가 물속에서 다리를 잡고 안 놔주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도는 수영장 5번 레일에서 정원이 허우적거리다 올라오는 장면은 그가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원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하나같이 선하다. 남편 상우를 비롯해 이모와 이모부는 언제나 정원의 편이고, 사건 이후 정원을 이모네로 떠나보낸 엄마와 동생은 항상 미안함을 갖고 있다.

"정원의 가족들이 악인이 없죠.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나갈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도록 가족 구성원을 설정했어요.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게 중점이었기 때문에 폭력적인 남편이라든가 부차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걸 지양했죠. 그러면 본질이 흐려지거든요."

영화 '비밀의 정원' [몬순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감독은 영화에 극적인 요소를 배제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공감을 끌어내고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장례를 치르고 회사에 출근해 일하잖아요. 그런데 가슴은 계속 무너져 내리죠. 이런 모습이 실제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원도 아픔이 남아있지만, 일상을 살아가죠. 정원과 가족들은 아마 계속 노력할 거예요.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지만, 점점 희미해진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그 첫걸음을 보여준 거죠.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공감하고 희망을 품어갔으면 좋겠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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