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쟁탈전]① '갑을' 바뀐 채용시장..인사팀 대신 대표·CTO가 나섰다

송화연 기자 2021. 4. 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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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담당자 대신 채용설명회 나서 개발자 질문에 답하는 CEO·CTO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채용 시장 내 갑을관계가 뒤바뀌고 있다. '갑'의 입장에서 채용공고를 내고 인재를 기다리던 기업은 인재를 찾아 나서는 '을'의 입장이 됐다. '인재 모시기'를 위해 기업 대표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면접관'이 아닌 '면접자'가 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개발자 모시기' 전쟁…네이버는 올해 개발자 900명 채용

지난달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상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올해 채용 시장은 인력 수급 문제로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더욱 치열해진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IT업계를 비롯해 금융권, 유통업계 등 산업 전반에서 앞다퉈 디지털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개발자 공급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연초 시작된 게임업계의 파격적인 연봉인상 릴레이로 역량을 갖춘 개발자·지원자의 쏠림현상이 우려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개발자 몸값 올리기에 동참했다. 채용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다수 기업이 부랴부랴 보상안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올해만 900명의 개발자를 채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회사는 연 1회 실시하던 신입 공개채용을 상·하반기 연 2회로 확대했다.

네이버는 컴퓨터공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개발자 육성·채용 트랙도 신설한다. 또 매월 1일~10일 경력자를 뽑는 '월간 영입' 프로그램을 신설해 매달 정기적으로 경력 사원을 모집한다. 첫 경력 사원 모집은 지난 4월1일부터 시작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력 채용을 정례적으로 하지 않으면 지원자들이 언제 지원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월간 영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비전공자라도 기본적인 코딩은 가능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코페 2021 부대 행사로 진행된 '쏘카 온라인 채용 설명회' (EO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개발자 사로잡자"…인사팀 대신 대표·CTO가 나섰다

'사이닝 보너스 최대 1억원', '스톡옵션 지급' 등 개발자를 사로잡기 위해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자금 보상안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자금 보상뿐 아니라 개발자의 성장을 위한 '우리 회사 개발환경 뽐내기'도 눈에 띈다. 채용 설명회에 인사담당자가 아닌 대표와 CTO가 직접 참석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 4일~9일, 퇴근한 개발자들이 오후 8시 유튜브에 모여들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후원으로 열린 '스타트업 코딩 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6개 스타트업(왓챠, 쏘카, 오늘의집, 마켓컬리, 브랜디, 번개장터)의 온라인 채용 설명회가 매일 열렸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실력있는 개발자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유튜브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회사별 영상 조회수는 일주일이 채되지 않아 5000회를 뛰어넘었다. 마켓컬리 채용 설명회의 누적 조회수는 1만6000회를 기록했다.

개발자들은 경영진들에게 가감없는 질문 세례를 퍼부었는데 개발 조직구성과 업무 프로세스, 초봉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기술 로드맵 등의 질문이 나왔다.

일례로 지난 5일 동안 진행된 쏘카 채용 설명회에 개발자들은 박재욱 대표에게 '쏘카 CEO로서 기술과 데이터 개발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경영자로서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등을 물었다.

참가자들은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 박 대표와 개발 리더들에게 '올해 사업목표와 만들고자 하는 임팩트는 무엇인가'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도 이어갔다. 경영진의 속 시원한 답변에 슈퍼챗(유튜브의 현금 후원 기능)을 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개발자들을 위한 온라인 채용 설명회는 보편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채용 마지막 단계에서나 볼 수 있던 기업 대표와 CTO가 지원 초기부터 개발자를 찾아가는 현상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채용 설명회는 특정일시와 장소를 지정해 지원자를 모으는 형태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기업이 지원자의 상황을 맞추는 것이 당연해지는 분위기"라며 "특히 IT 산업은 결국 사람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개발자 확보를 위한 기업의 채용 방식이 다변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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