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하고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딛고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모든 자산 가치가 고공행진 중이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지금은 꿈을 작게 꾸고 '소확행'을 추구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자산 가치가 급속하게 뛰어올랐기 때문에 조만간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 때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있겠지만 이는 오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이라도 '적게 먹을' 생각을 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기회복세가 이제 막 시작된 터라 주가는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식시장은 이미 지난해 3월 팬데믹 초기에 저점을 찍고 이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이례적인 대규모 통화완화정책과,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 덕에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져 지금의 회복세가 선반영 됐고,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 주식시장이 급상승세를 이어왔다.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주식시장 거품을 알아보기 위해 만든 이른바 실러 주가수익배율(PER), 또는 경기조정PER(CAPE)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실러가 1871년 이후 미 기업들의 PER을 10년 단위로 평균을 내고,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경기순환 등에 따른 가중치를 더해 만들어낸 지수다.
미 기업들의 CAPE는 매우 높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00 복합지수에 편입된 1500개 기업의 CAPE는 이전 평균의 2배가 넘는 37배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경기순환 등을 감안할 때 1500개 지수편입 기업들의 주가가 1년 뒤 예상 수익에 비해 37배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당시 최고치 44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1929년 블랙먼데이 직전 도달했던 33배보다는 높다.
그렇다고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어렵다.
올들어 미 국채 수익률이 1.7%를 넘으며 상승하고는 있지만 최근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과 관련해 물가가 올 중반 오르기는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후반에는 다시 연준 목표치 2%를 밑돌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오를 여지가 없다.
국채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만 그런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집 값이 뛰고 있고, 미국 집 값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 가격과 주택 임대료 간 격차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초래했던 2007년 부동산 경기 과열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전 흐름에 비춰 지나치게 뛴 자산 가치는 곧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끄는 기술주는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고 있어 주가 상승세가 정당화되고 있다.
실러 교수도 저금리로 인해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을 끌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9년 경기침체 이후 회복 흐름이 이번에도 재연된다고 하면 현재 37배 수준인 CAPE는 52배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2023년 이후에나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수익률은 상승)할 여지도 크지 않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여전히 공급이 달리는 상태다. 밀레니엄 세대가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시기와 팬데믹 이후 도심 탈출 수요가 맞물려 집은 없어서 못 판다.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팬데믹 초기 회복세 같은 큰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WSJ은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할 것을 기대해 마냥 기다리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이라면서 이제는 낮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함에 따라 기술주 같은 성장주 대신 금융·소비재·소재 등 경기순환주에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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