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도입되면 세수 확보 도움될까.."득실 꼼꼼히 따져봐야"

권혁준 기자 2021. 4.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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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1, IT 기업에 제조업·자동차 기업도 포함..세율은 차별화 될듯
"'거주지 과세 원칙' 한국,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은 미미할 것"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도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미국마저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실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논의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율 조정 등에 따른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구글세'로 여겨지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 일부에 대한 과세권 배분'이 실현될 경우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OECD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최종합의안을 올해 7월까지 도출할 계획이다. 앞서 BEPS는 지난해 말 합의안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해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가입국들은 지난 2015년부터 BEPS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다국적 기업의 사업현황과 납세 정보 공유를 통해 새로운 국제 조세 규범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20개국(G20)은 지난 8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디지털화 등 변화된 여건에 맞춘 국제조세 체계 개선에 환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에는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올해 7월까지 도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BEPS는 2010년대 이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 다국적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IT 기업은 대부분 소비가 이뤄지는 국가에 사업장을 두지 않고 서버를 제3국에 설치해 실제 소득에 대한 과세가 어렵기 때문이다. BEPS가 '디지털세' 혹은 '구글세'로 불리는 이유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 일부에 대한 과세권 배분(필라1),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로 나뉜다. 필라1은 전세계 매출액이 일정 수준을 넘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총매출액 중 사업장을 두지 않고도 벌어들이는 매출을 '초과이익'으로 정의해 과세하는 것이다. 필라2는 일정 수준의 국제적인 최저한세율을 정해놓고 이보다 세금을 적게 냈을 경우에는 모회사의 과세소득에 추가 과세를 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까지 디지털세의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해당 제도의 도입에 따른 타격이 큰 기업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입장은 급변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은 더이상 '안전한 피신처'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증세 기조와 관계가 깊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재정 2조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자국 내 최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이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최저한세(21%)를 통해 자국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글로벌 최저한세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5개국 뿐인 '거주지 과세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발생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 소득을 유보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법인세율이 극도로 낮은 해외로 진출한 기업은 매우 적다"면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등지에 자회사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최저한세의 도입이 국내 기업과 정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필라1은 국내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은 국내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고려해야한다. 필라1은 당초 글로벌 IT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제조업과 자동차, 게임사 등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News1 DB

이 역시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이 경우 삼성·현대 등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 네이버·카카오 등의 포털, 게임사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필라1'이 적용됐을 때 세수 이익과 기업이 해외에 내야하는 세출 중 어느 쪽이 더 클지 꼼꼼히 따져야하는 부분이다.

김우철 교수는 "미국의 입김이 세다고 해도, 최초 디지털세 도입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IT 기업과 IT 외 기업에 대한 세율을 동등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가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에서도 상황에 따른 득실 계산은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OECD의 논의에서 특별히 다른 입장을 내비치지는 않고 있다. 디지털세의 도입이 우리 입장에서 '득'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세 과세방안 마련 등 우리경제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국제사회 논의에 적극 참여해 코로나위기 조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체제 구축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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