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상해 궁중족발 사장 또 눈물..결국 대법원 판단받는다

이수정 2021. 4.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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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촌 ‘궁중족발’ 음식점. 김영주 기자

‘궁중족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손가락에 상해를 입은 궁중족발 사장이자 임차인 김모씨가 국가 및 건물주 이모씨, 용역회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면서다. 이 사건은 임대료 4배 인상 요구를 둘러싸고 건물주와 임차인간 극심한 갈등을 보인 대표적 사례다. 1심과 2심이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으면서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노태헌, 김창현, 김용한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김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김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1심 국가, 용역회사 불법책임 인정
김씨는 2016년 7년간 영업해오던 가게의 임대료를 4배로 올려달라는 건물주 이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씨는 명도소송을 내고 승소해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2017년 11월 9일 강제집행을 위해 나온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게로 들어왔고, 가게 주방에 누워 집행을 거부하는 김씨를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주방 작업대의 날카로운 단면에 손가락 4개가 깊숙이 베여 반 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와 용역회사, 이씨를 상대로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2019년 9월 1심(최용호 부장판사)은 김씨의 청구 중 일부를 인정해 국가와 용역회사, 건물주가 각 1000만원씩 김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집행관은 집행에 필요한 노무자를 보조자로 사용할 수 있다. 1심은 이 노무자들이 잠긴 문을 열 거나 짐을 옮기는 등의 단순한 행위를 할 수 있을 뿐 채무자에게 대인적인 유형력(물리력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법령상 권능이 없다고 판결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작업대를 붙잡은 김씨의 양손을 떼어내고 끌어낸 등의 행위는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적극적 유형력 행사로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1심은 집행관의 직무집행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해 국가와 용역업체 직원, 용역업체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김씨가 이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등의 행위를 한 사건에 대해서는 2018년 9월 형사재판에서 김씨의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뒤집힌 1심…항소심 “강제력 자체는 위법 아냐”

1년 7개월 뒤인 이달 항소심은 이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2심은 “집행관은 집행에 저항하며 방해하는 채무자에 대해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고, 명백한 권한 남용이 아니라면 강제력 행사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채무자의 재산이나 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지닐 뿐 강제력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다는 취지다.

이어 집행관의 일을 보조하는 용역업체 직원 등의 강제력 행사 자체도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이들의 강제력 행사가 가능한지, 어느 신체 부위까지 어떤 방법으로 강제력을 쓸 수 있는지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2심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노무자의 강제력 사용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의 한계를 넘었는지가 법원 판단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관이나 용역업체 직원들이 김씨를 끌어내며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행을 거부하며 버티는 김씨 손을 잡아뗀 것 자체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김씨가 잡고 있던 작업대 밑부분이 날카로워 손을 다칠 수 있다는 것은 당시 노무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거란 취지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만큼 김씨측은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2심의 지적처럼 실제 강제집행 과정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자체는 거의 없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집행 사건 자체가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 않고, 집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도 ‘궁중족발’ 사건 이전에는 드물어서 ‘가이드라인’ 이라고 불릴만한 선례가 없다”고 말했다.


민변 "후퇴한 2심 판결" 비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심 판결을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민변은 “1심은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의 폭력 행사가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념비적 판결이었는데 항소심이 폭력행위를 정당화할 여지를 남겨두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씨 측을 대리한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법령상 동원된 노무자들이 채무자의 신체에 대해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 유형력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에 상고해 판단을 받겠지만, 이에 더해 강제집행 과정에서 노무자들에게 허용되는 행위에 대한 세세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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