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아바타' 공격의 역설..MB는 갔어도 MB계는 부활했다

허진 2021. 4.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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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 중앙포토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이끈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MB 아바타’라는 공통의 별명이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가깝거나 이 전 대통령 측이 과거 호감을 보였다는 이유로 붙여진 별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철에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도 같다. 이번 재·보선 기간 동안 김태년 당시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 시장과 박 시장을 “MB 아바타”라고 직격했다. “교묘한 사익추구와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는 똑 닮았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 “MB 아바타” 공격했지만 오세훈·박형준 당선

이렇듯 정치 공세 목적으로 탄생한 별명이지만 공교롭게도 ‘MB 아바타’ 주역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MB에 이어 서울시를 이끌다 2011년 8월 사퇴한 오세훈 시장은 와신상담 끝에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이 됐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부산시장도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책임지게 됐다.

이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일화도 있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선 “MB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려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띄우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추진하자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그 배후에 당시 대통령 시민사회특별보좌관이었던 박형준 시장이 있다고 의심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때 MB와 곽승준 당시 미래기획위원장 등 당시 여권 인사들이 안 대표에게 호감을 보였다고 한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 TV 토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 뒤인 2018년 4월 ‘안철수=MB 아바타’ 프레임이 ‘드루킹’의 댓글 공작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대선 때 “내가 MB 아바타냐” 했던 안철수도 야권 지분 확보

조만간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유력 후보군도 친이명박계가 많다. 주호영(5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진석(5선) 의원 등 유력 당권 주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특임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차관급)을 했기 때문이다. 차기 원내사령탑 후보군인 권성동(4선)·김기현(4선) 의원도 과거 친 친이계로 분류된 인사들이다. 주 원내대표와 권 의원은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횡령 의혹 등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러 출발할 때, 또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 동부구치소로 향할 때 서울 논현동 자택에 모여 배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2010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인도·스위스 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했을 때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주호영 특임장관 등이 마중나온 모습. 중앙포토


친이계가 국민의힘의 중심축으로 다시 떠오른 현상은 “이미 지난해 4·15 총선 공천 때부터 예견됐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뒤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 중진 의원 상당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고, 친박계 색채가 짙은 윤상현 의원 등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컷오프)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겨냥해 친박계에선 “친이계가 공천 학살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민의힘 차기 대표·원내대표 후보군에 친이계 다수

국민의힘 지지층이 두터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에서 주로 공천 물갈이가 진행된 것도 영남권에 집중적으로 포진했던 친박계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총선 직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해 미래통합당이 만들어졌던 만큼 계파별 안배를 하는 과정에서도 친박계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선 “겉보기에는 친박계의 몰락, 친이계의 부활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친박계에 비해 친이계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덜한 ‘개혁 보수’를 지향해 왔기 때문에 공천 기준에 더 부합했었다”는 것이다. 오세훈·박형준 시장도 재·보선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비해 중도를 지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파는 사라진지 오래…구심점도 없다”

하지만 옛 친이계가 야권의 중심 세력으로 재부상했다고 해서 과거처럼 계파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중론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친이계니 친박계니 하는 계파는 이미 오래 전 없어졌다”며 “옛날에 그랬다는 것뿐이지 구심점이 될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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