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천체 첫 비행 '카운트다운'..12일 화성서 무인기 뜬다
[경향신문]
오는 12일(한국 시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외계 천체의 대기권에서 비행체가 이륙한다. 관측용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거나 땅을 굴러다니는 로버를 다른 천체에 보낸 적은 있지만, 비행체를 띄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이 성공한다면 일종의 정찰기를 운영할 수 있는 셈이어서 외계 탐사 방식에 일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서 운용할 무인 헬기인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12일 오전 11시 54분(미국 동부시간 11일 오후 10시 54분)에 첫 이륙을 시도한다고 발표했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지상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에 실려 화성 표면에 도착했다. 이번 주 퍼서비어런스에서 분리돼 현재 화성 땅 위에서 첫 비행을 위해 대기 중이다.
중량 1.8㎏의 소형 무인 헬기인 인저뉴어티는 프로펠러를 분당 2537회 돌리는 순간 지표면에서 동체가 떠오른다. 회전이 시작될 때부터 이륙까지 약 12초가 걸릴 거라는 게 NASA의 판단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의 첫 비행 고도 목표를 3m로 잡았다. 이륙하면 가로·세로 10m 구역에서 약 30초간 공중에 떠 있을 예정이다. 비행 장면은 인저뉴어티와 지상 로버인 퍼서비어런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히게 된다.
비행 성공 여부는 지구에서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 비행 자료를 정리해 지구로 전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NASA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5시 15분(미국 동부시간 12일 오전 4시 15분)에 첫 자료가 지구로 전송될 것으로 예상했다. NASA는 전송된 자료가 도착하기 45분 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비행 결과도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첫 비행을 포함해 앞으로 한 달 내에 총 다섯 번 인저뉴어티를 공중에 띄운다는 구상이다. 비행 시간과 고도, 범위도 점차 확장한다. 인저뉴어티의 예정된 비행이 성공적으로 모두 끝나게 되면 외계 행성에 대한 탐사 방식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너무 높은 고도에 위치해 탐사에 한계가 있는 관측용 인공위성이나 운동 속도가 느린 지상 로버를 써 왔지만, 대기권을 나는 비행체를 사용하게 되면 빠르면서도 자세하게 탐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토마스 주부첸 NASA 과학담당 부국장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저뉴어티가 라이트 형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처럼 이 임무에서 얻은 영감과 자료들은 미래의 탐험가들에 의해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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