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고등학교 때 버릇이 평생 간다고요?
최근 20, 3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거나 자기가 목표로 하는 것을 위해 독서나 운동, 외국어 공부 등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요. 코로나 19로 기존의 일상이 단절되면서, 힘든 시기, 자기가 주도하는 시간을 가져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미라클 모닝'처럼 오늘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습관'에 대해 관심을 가져봤습니다.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찾거나, 나갔다 돌아오면 손부터 씻는 것 등은 코로나 19 시대를 겪으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우리의 새로운 습관인데요.
그렇다면 습관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지난달 10일, SBS 미래팀은 '해빗(습관)'의 저자 웬디 우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및 경영학과 교수를 언택트로 만났습니다. 웬디 우드 교수는 현존하는 심리학자 가운데 인간의 행동을 가장 많이 관찰하고 탐구한 과학자로, 뇌과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을 최초로 분석한 전문가입니다.
특히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와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 등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에게도 습관 연구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분이라 해서, 이왕이면 꼭 이 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채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이 분 제자이자 동료 연구자라는 소식을 듣고, 공동인터뷰를 제안했습니다.
Q.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한국 속담에 '3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습관'의 전문가로서 그 속담 어떻게 보시나요?
특정 버릇이 뇌에서 습관으로 인지되면, 지속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다만 3살은 아직 우리 뇌의 신경 시스템이 덜 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3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것은 입증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10대 후반, 특히 18살, 19살쯤 되면 우리 뇌의 신경 시스템이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에 그때 만들어진 습관은 평생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습관 연구로 밝혀낸 것들에 대해 좀 얘기해 주시겠어요?
제가 '습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특정 행동의 변화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는 보통 특정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무언가를 결심부터 합니다. 그런데 몇 주나 몇 달 뒤에 보면 도루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화를 지속시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왜 이렇게 힘든가"입니다.
연구 결과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그 행동에 보상을 받았을 때, 뇌에 습관 기억(habit memory)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지속하고,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으면, 즉 그 행동이 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고 느끼게 되면, 뇌의 습관 기억 시스템이 그 맥락과 행동을 연결시켜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자동적으로 그렇게 반응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는 것이나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 일상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언제 먹을지, 외출 시 걸을 것인지, 차를 탈 것인지 등과 같은 결정도 사실은 이성적인 선택에 의한 결정이 아닌 습관에 의해 이뤄지는 행동들입니다.
Q. 책에 보면 '습관'과 관련해 '바꿔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의지의 영역과 실제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지시키는 '지속성'의 영역은 뇌의 다른 영역이 자극되는 것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습관은 보통 우리가 뭔가를 결정하는 동기나 욕망, 의지의 영역과는 다른 영역에서 형성됩니다. 우리는 뇌가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간헐적으로(in fits and starts) 형성돼 왔습니다. 습관과 관련 있는 뇌의 부분도 뇌의 신경 시스템 내에 연결돼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목적지향적인 의지의 영역과는 다른 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집단지성을 가지고 좋은 전략을 찾아내고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고 해도 단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습관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해낼 거야" 하는 의지만으로, 혹은"그렇대"하는 인식의 변화만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어쩌다 한 번의 행동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변화는 의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네, 습관을 바꾸는데 스트레스는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습관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참아가며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어쩌다 한, 두 번은 의지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습관 기억으로 새겨지지 않으면 이전의 습관 기억이 훨씬 더 강력해서 쉽사리 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습관 기억은 평생도 가니까요. 그러기 때문에 변화는 단지 "난 해낼 거야" 혹은 "나 그거 더 이상 안 할 거야"라는 의지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Q. 그렇다면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뇌의 신경 시스템이 새로운 상황에 대한 맥락과 습관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될 때 크게 인지하지 않고도 바뀐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습관을 바꾸려면, 행동이 바뀔 수 있게 특정 맥락에서 보이는 신호(cue)가 달라져야 합니다. 상황이 바뀔 수 있게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금연 정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요.
한 세기 전, 미국에서는 50%의 국민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러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만으로는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가 상점에 담배를 진열해 놓지 못하게 하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담배 광고도 금했고요. 그러한 대책들이 모두 흡연에 대한 큐를 바꾸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흡연을 훨씬 더 힘들게 하는 거죠. 학계에서는 그것을 '마찰 늘리기(adding friction)'라고 부르는데요. 세금을 더 물려 담배를 사는 것 자체도 더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흡연인구가 15%까지 낮아졌습니다.
네, 제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운동도 하겠어'라고 했을 때 그렇게 한 것에 대한 보상이 건강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정도라면 그 정도로는 내가 습관을 바꾸고 싶을 정도의 충분한 동기가 되지 않겠죠. 너무 먼 보상인 거예요. 새로운 습관이 되려면 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면, 주말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 정도의 보상으로도 운동이 습관이 되는데 충분하지 못합니다. 운동을 하는 바로 그 당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즉각적으로 이로움이 더해지는 방식이어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도 그것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본다든지 평소에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던 팟캐스트를 들으며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에게는 TV 드라마나 팟캐스트를 보고 듣는 것이 이 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즉각적인 큰 즐거움이 되기 때문에,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보상이 돼서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숙제를 안 하려는 아이의 경우라면 어떻게 하면 그 과목을 아이가 좋아하게 할 것인지, 혹은 숙제를 하는 것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로 느끼게 할 것인지가 중요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른 때는 허락하지 않는 특정 음악을 숙제를 하면서는 듣게 해 준다든지, 숙제를 할 때는 평소에 잘 허락하지 않는 아빠나 엄마의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게 해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바로 숙제를 하는 그 시점에, 즐거움을 더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효과적입니다. '숙제 다하면 용돈을 주겠다' 같은 방법은 그래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보상이 그 순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Q. '해빗' 책에서 교수님은 너무 많은 국가와 정부 기관들이 사회적 이슈를 개인의 근면과 의지에 기대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계신데요. 공공으로 이러한 논의를 확장시켜 '좋은 습관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the good habits)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금연정책'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요. 사회에 보다 이로운 선택을 하게 하기 위한 방식 중에 '넛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넛지의 좋은 예로, 장기 기증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장기 기증 선택의 방식을 옵트 아웃(opt-out) 방식, 즉 기증하지 않으려면 가서 "기증하지 않겠다"라고 적극적으로 말해야만 기증을 거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짤 것인지, 반대로 옵트 인(opt-in) 방식, 기증자가 가서 "장기를 기증하겠다"라고 적극적으로 말한 경우에만 기증을 받을 것인지에 따라 장기 기능의 건 수는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특히 장기 기증에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보통은 대다수가 하는 방식을 따를 확률이 높다는 면에서 선택의 조건을 어떤 식으로 짜는지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이슈라고 생각했던 많은 문제도 사실은 어떤 제도적 정비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넛지’는 주위의 작은 상황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책을 살 때 그 책의 색이나 디자인에 넛지가 되어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 리처드 타일러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2008년 처음 제시한 용어입니다. ‘넛지’와 ‘습관’ 둘 다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개념인데요. 웬디 우드 교수는 습관과 넛지의 가장 큰 차이는 ‘넛지’는 단발적인 단 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습관’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의지가 아닌 주변의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게 하는 지의 문제라는 점에서 넛지와 습관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또 '좋은 습관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the good habits)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지역의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동네에 이미 재활용 분리수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아무래도 그런 게 없이 개인이 혼자 노력으로 재활용을 하려는 경우보다 친환경적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더 높겠죠. 개인의 일상도 사실은 커뮤니티가 어떠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습관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 지자체가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어떤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t=5s&ab_channel=Volkswagen ]
[ https://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t=5s&ab_channel=Volkswagen ]*2009년 폭스바겐이 스웨덴에서 실시한 실험이 '좋은 습관 사회화'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지하철 계단을 피아노 건반의 소리가 나게 바꾼 결과, 평소보다 66% 더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보다 계단을 사용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t=5s&ab_channel=Volkswagen ] (
[ https://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t=5s&ab_channel=Volkswagen ]영상을 보려면 여기 클릭!-->The Fun Theory 1-Piano Staircase Initiative- Volkswagen
[ https://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t=5s&ab_channel=Volkswagen ])
Q. 그렇다면 지자체 등 정책 입안자들에게 뭐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사람들이 더 건강한 음식을 먹게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식당 메뉴의 음식 옆에 칼로리 같은 것을 적어 놓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확인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음식을 절대 덜 먹지는 않습니다. 그냥 과거 먹던 습관대로 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사람들이 다른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개인에게도 이롭지만 사회에도 이로운, 쉬우면서도 재미 같은 보상이 있는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제공하라는 것입니다. 정책이 그런 관점에서 고려될 때 효과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번씩 사람들이 체험해보고 '그 방식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그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반복해 시도해 볼 때 좋은 습관의 사회화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습관은 스트레스받으며 애써서 하는 게 아니라, 기존과는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고, 좋아하는 것과 접목시켜 반복할 때, 마침내 기억에 새겨지면서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하게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코로나 시대, 여러분은 어떤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우리가 몰라던 습관의 비밀, 어떤 것이 더 있는지 다음 주에는 웬디 우드 교수의 제자이자 동료연구자인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에게 들은 '습관의 비밀' 2편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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