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주는 행복감은 '사유'에서 온다 [박영순의 커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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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고독처럼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향긋한 커피를 굳이 인상을 쓰며 마실 필요는 없다.
맛은 한 잔에 담긴 커피의 실체(substance)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사유(denken)에 있다.
여기에 커피는 쓴맛과 신맛이 어우러지면서 단맛을 드러내야 하니 인상적이고 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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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이 나는 커피를 추구해야 할까? 마땅히 ‘단맛(sweetness)’이다. 설탕이나 우유, 크림을 넣지 않은 원두커피에서 단맛을 감지해내기란 쉽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UC데이비스연구팀이 2019년 한 잔의 커피에 단맛이 어느 정도 들어 있나 살펴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단맛을 유발하는 설탕(수크로스)이 인간의 혀로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좋은 커피는 달아야 한다”는 커피 전문가들의 철학이 한 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관심은 향미전문가 12명을 상대로 진행한 관능평가에 쏠렸다. 앞서 진행된 성분검사는 한마디로 “인간은 한 잔의 커피에서 단맛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관능검사 결과는 달랐다, 참가자 전원이 커피에서 단맛이 난다고 답했다. 설탕 함유량이 역치를 넘어서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단맛을 유발한 연유는 우리를 사유로 이끈다.
셰익스피어가 줄리엣의 대사로 만든 ‘sweet sorrow(달콤한 슬픔)’는 커피 향미에 질서를 잡아주는 단초가 된다. 커피는 쓴맛으로 남는 비극이서는 안 된다. 사랑의 가치가 슬픔보다 달콤함에 방점이 찍혀 있듯, 참커피는 거친 쓴맛과 날카로운 신맛을 역설적으로 품어낸 찬란한 달콤함이어야 한다. 그 힘은 향미의 끝에서 사유와 함께 살아난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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