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1억 저렴"..새 아파트에서 값싼 전셋집 쏟아진 사연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발생한 '전세대란'은 입주장 효과도 잠재웠다. 입주장 효과란 통상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세와 매매 매물이 넘치면서 주변의 전셋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은 950가구 중 약 240여 가구(약 25%)가 전세매물로 나와 있다.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낮은 전세 매물도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의 경우 전세물량이 10%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용 59㎡의 경우 타입에 따라 6억5000만~9억4000만원까지 전세가격 호가가 형성돼 있다. 전용 74㎡는 7억~10억5000만원, 전용 84㎡는 7억~12억원 선이다. 전용 84㎡ 전셋값은 한때 6억원대에 나오기도 했다.
상도역 롯데캐슬보다 2년 먼저 지어진 인근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는 △전용 59㎡는 7억3000만~8억원 △전용 84㎡는 9억1000~9억5000만원 선이다.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e편한세상 상도노빌리티보다 상도역 롯데캐슬 전세가격이 1억원 정도 더 낮게 형성돼 있다. 상도역 롯데캐슬 전셋값은 2007년 지어진 상도더샵1차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도더샵1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 59㎡의 전세가격은 6억5000만원 선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입주장 효과가 사라지는 이유는 정부의 실거주요건 강화 때문이다. 상도역 롯데캐슬이 여타 신축 단지와 다른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입지나 아파트 시설의 문제는 아니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와 마찬가지로 상도역(7호선)에서 도보로 2~3분이면 도착이 가능한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언덕이 시작되는 초입에 아파트단지가 입주해 있지만 시행사는 단지별로 단차가 생길 때마다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을 위해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별도로 설치해뒀다.
단지 뒷편으로는 상도근린공원과 국사봉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아파트단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아파트 단지내에는 구립어린이집이 들어와 있고 단지에서 1분거리에 신상도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중앙대, 숭실대 학교도 마을버스로 5~10분이면 갈 수 있다.
상도역 롯데캐슬이 들어선 상도동 159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전주이씨 양녕대군파종중인 재단법인 지덕사 소유의 땅에 한국전쟁이 후 정착한 피란민들이 무허가로 건물을 지어 사용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분양권을 받은 조합원 상당수가 영세민인데 개발 시작부터 입주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출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원주민들의 입주가 어려워졌다.
태려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처음 추진할 때 조합원들이 분양권 명의를 자녀들로 해놓은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소득이 적은 자녀들 앞으로는 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세매물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분양제도 '입주장효과'를 내는데 역할을 했다. 계약금 납부 후 약 80%에 가까운 나머지 잔금을 입주마감일인 이달 20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중도금도 없이 한번에 큰 돈을 내야 하다보니 부담이 큰 상황이었는데 분양 이후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작년 5월 입주자 공고를 내고 6월 1순위 모집을 시작했는데 6.17 대책으로 전세자금을 받은 사람이 투기과열지구 내에 3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대출금이 회수되는 '갭투자 방지책'이 발표됐다.
또 이후에 연 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 1억원을 초과해서 받는 경우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롯데캐슬 지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 받을 때보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조달계획이 틀어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지리적 위치로 보나 아파트 시설로 보나 인근보다 시세가 낮을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인데 한꺼번에 전세매물이 쏟아지다보니 경쟁이 붙어 전세가격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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