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부족 계속 됩니다..학위 없어도 문제 없어요"

배윤경 2021. 4. 10. 13: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재성 우아한테크코스 이사
박재성 이사(가운데)가 사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아한형제들]
"제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대학진학을 요구하지 않고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장형 인재를 찾는 대기업 수요가 국내 교육 방향까지 바꿀 겁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 '우아한테크코스'를 이끄는 박재성 이사는 지난 8일 화상 플랫폼 줌을 통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입 개발자 연봉 6000만원 시대다. 배달의민족, 크래프톤, 쿠팡, 직방 등 아직 일부 기업 얘기이긴 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를 비롯해 상당수의 IT업계 개발자 초봉이 5000만원대로 올라 올해 대졸 기준 신입사원 평균 연봉(4121만원)과 비교하면 1000만~2000만원 높게 됐다. 수 년 전부터 IT업계에서 우려하던 개발자 부족현상은 지난해 코로나19 발발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격히 늘며 심화되더니 업체간 개발자 모시기 경쟁으로 치달았다.

그는 "개발자 품귀현상은 4~5년 전부터 낌새가 있었다. 기존 고급 개발인력은 국내 유명 IT회사에 뺑뺑이 도는 식으로 이직하며 연봉만 올렸기 때문에 개발자 풀(pool) 자체를 늘리는 방식을 기업이 고민해야 했다"면서 "기업들이 개발자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 소프트웨어 생태계에도 크게 도움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수 년 전부터 이 같은 개발자 수급 문제에 집중해왔다. 때문에 컴퓨터공학 등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던 인턴십을 비전공자까지 확대하고 채용을 연계해 우아한테크코스를 만들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가게 되면 우아한형제들 개발자 채용에서 서류전형과 코딩테스크를 통과하고 1시간씩인 1·2차 면접도 30분씩으로 줄어든다.

코스는 성공적이었다. 3기를 운영 중인 지금, 수료생의 90% 이상이 개발자로 취업했다. 배달의민족 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으로도 갔다. 특히 우아한테크코스의 비전공자 비중은 절반, 전공생인 지원자가 훨씬 많단 걸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박 이사는 "선발할 때 오히려 비전공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비전공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전공자의 경우 꾸준히 공부해왔단 걸 증명하지 않으면 붙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강생 나이 역시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아무런 제한 없이 선발하고 개발자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교육 받는 것에 대해 박 이사는 "초반엔 실력 차이가 있지만, 강의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짝을 지어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이기 때문에 금방 격차가 줄고 상향평준화 된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개발팀에서 담당한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을 개발한 이유를 묻자 박 이사는 전공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개발자 부족현상이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 제공 = 우아한형제들]
우아한 형제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전공과 상관없이 4년제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에게 1년 동안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주고 교육비도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는 사회공헌사업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역대 최대 규모인 900명의 개발자를 올해 채용하기로 하고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 트랙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전공자가 단기간에 전문 IT인력으로 성장하긴 쉽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기업의 투입 비용에 비해 결과는 아쉬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문과생은 어렵고 유관 전공자들만 뽑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박 이사는 "전공자의 경우 오랜시간 소프트웨어(SW) 일을 하다보면 동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뒤늦게 적성에 맞는 프로그래밍을 찾아 열정적인 비전공자가 많다. 문과생, 예체능계열도 마찬가지다. 성장 속도는 물론 성과도 전공자보다 좋다"고 응원했다. 이어 "어떤 분야든 모두가 고급인력이 되긴 어렵다. 그리고 전문가만으로 회사가 돌아가지도 않는다"면서 "고급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개발자가 많아져야 한다. 산업이 커지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테크코스 개발팀의 박재성 이사가 수업 중인 모습 [사진 제공 = 우아한형제들]
박 이사는 개발자 우대현상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교육 현실까지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우아한테크코스 같은 현장형 교육 중심의 개발 부트캠프 과정이 크게 늘고 있고, 국내 역시 교육기관이 급증해 프로그래밍에서 만큼은 학위 중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학위와 상관없이 능력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IT기업이 늘고 있다"며 "마이스터고 등에서 실무형 교육을 마쳤다면 입시 시기가 같은 대졸자와 동일한 연봉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조기 코딩교육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학교에서의 SW수업이 피상적이라 학생들에게 흥미를 일으키기 보단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생부터 조기교육을 했다간 자칫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가 다수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의 변화로 결국 입시 제도도 변할텐데 학부모가 나서서 아이에게 조기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다. 사고력과 협동심을 키우는 게 조기 코딩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인 SW 교육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