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 앞두고 SK와 LG의 숨죽인 주말

안준호 기자 2021. 4.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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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체 부지 면적은 112만㎡(약 34만평). 당초 제1공장은 올해 말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고 제1공장 바로 옆에 짓는 제2공장은 202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숨죽인 채 주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10년 금지’ 판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월 10일 ITC 판결이 있었던 날로부터 60일째인 11일 자정(현지시각)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경력직 채용을 통해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를 ITC에 제소했다. 지난 2월 ITC는 LG 쪽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지난달 5일 공개한 LG·SK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결정문에서 “SK가 (LG의) 11개 분야 22개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에 따라 법적 제재 기간도 10년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두 회사가 벌이고 있는 반도체 분쟁에서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은 기사회생하게 된다. 미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ITC 결정 이후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세 차례나 요청했다. 켐프 주지사는 8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26억달러의 조지아주 투자를 성사시키거나 무산시킬 또다른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최소 2600명 조지아인의 일자리가 ITC 판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쟁 중인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 뉴시스

지난 3월 31일 ITC는 LG가 SK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용 배터리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SK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은 2월 판결이 나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LG의 기술 특허권을 SK가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것이었다. SK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SK가 특허권 같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은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면서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이전 강요’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단 1건에 불과하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전무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향후 합의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두 회사가 극적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SK와 LG는 현재 합의금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SK는 1조원 안팎의 합의금을 LG 측에 제안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는 3조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현지 공장 이전도 검토 중이다. SK는 컨설팅 업체를 통해 공장 이전에 따른 비용을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까지 투입된 약 1조5000억원 가운데 생산설비 등 1조원 정도는 회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ITC 제소와 별개로 미 델라웨어주에서 민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두 회사의 분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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