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e기술] 백신 효능 업그레이드 '면역증강제'

송영두 2021. 4.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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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반응 증가시켜 백신 효능 높이는 기술
1920년대 프랑스 미생물학자가 처음 발견
알룸이 대표적, 독감백신 등에 활발하게 사용
사노피-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백신에 활용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1920년대 프랑스 미생물학자이자 수의사인 개스톤 라몬(Gaston Ramon)이 처음 발견한 면역증강제란 항원이 일으키는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백신에 첨가하면 효능을 높이고 소량의 항원으로 동일한 효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제된 단백질 항원을 사용한 백신 접종은 T세포 반응이 거의 없는 약한 항체 반응을 유도한다. 따라서 충분한 항체 반응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여러 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면역원성이 약한 백신 후보물질의 경우 많은 항원이 필요하게 돼 백신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때 면역증강제를 첨가하면 소량의 항원으로도 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결과적으로 백신 공급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면역증강제는 작용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항원 전달체 역할을 하는 면역증강제, 직접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면역증강제로 분류된다. 여기에 백신의 효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항원 전달체에 면역 자극 분자를 혼합한 복합 면역증강제도 있다.

면역증강제 개요.(자료=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대표 면역증강제 ‘알룸(Alum)’, 국내서도 개발 활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1920년대 알렉산더 글레니(Alexander Glenny)가 알루미늄 물질이 면역반응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했고, 1932년 알룸이 사람에게 투약되는 백신에 적용되는 첫 면역증강제로 허가됐다. 알룸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백신에 사용되는 면역증강제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는 스쿠알렌이 함유된 면역증강제 MF59가 개발돼 대유행 독감(pandemic flu) 백신과 노년층을 위한 계절 독감(seasonal flu) 백신에 사용허가를 받았다.

MF59의 경우 2009년 국내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팬더믹 인플루엔자 백신 필요 항원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바 있다. MF59는 알룸에 비해 강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면역세포 유도(immune cell recruitment) 등을 통한 항체성 면역반응을 강화시킨다. 이 외에도 유체(emulsion) 형태인 AS03가 대유행 독감 백신 면역증강제로 유럽에서 허가받은 바 있고, 최근에는 사포닌과 리포솜을 활용한 면역증강제가 개발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면역증강제 개발 및 확보에 나서고 있다. 차바이오텍 계열사 차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강제 ‘L-pampo’를 독자개발 했으며, 알룸 대비 높은 항체가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채액성 면역반응과 세포성 면역반응을 모두 유도해 다양한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과 총 2031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KGC인삼공사는 국제백신연구소와 면역증강제 개발에 착수했고, 아이진(185490)과 세종대 연구팀은 신규 백신 면역증강제 ‘CIA09’의 백신 면역반응 증강 기전을 규명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코로나 백신 효과 높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노바백스 등이 개발 중인 합성항원백신의 경우 면역 활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단독적으로 적응 면역을 유도할 수 없다. 따라서 면역 원성을 증강시켜주는 면역증강제가 필수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되거나 임상에 활용되고 있는 면역증강제는 알룸과 MF-59를 비롯, GKS가 개발한 ‘AS03’, 다이나백스의 ‘CpG 1018’, 노바백스의 ‘Matrix-M’ 등이다. 실제로 노바백스는 물론 사노피와 GSK는 면역증강제 기술을 활용한 재조합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 임상 2상 연구에 착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GSK 면역증강제 AS03과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GBP501’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 1/2상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 백신개발 전문기업 캔시노바이오로직스는 차백신연구소가 개발한 면역증강제를 도입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에는 알룸보다 애멀젼 형태의 면역을 자극하는 면역증강제가 세포성 또는 항체성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 현재까지 나온 백신 임상결과로는 어떤 면역증강제가 코로나에 대항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유형인지 판단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관계자는 “SARS-CoV-2의 변이체의 급격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역학 및 발병기전에 대해 현재까지도 연구 중에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된 백신 제형 및 플랫폼 선정에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며 “면역 증강제는 대상 병원균에 대한 감염방어기전과 대상 백신의 항원 형태, 백신 접종대상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면역증강제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백신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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