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과제는 획기적인 공공성 강화

이상구 2021. 4.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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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각 캠프는 차기 정부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론은 공공성의 획기적인 강화와 국가의 역할 확대일 것이다.
ⓒ연합뉴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선출하고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 가까운 의석을 몰아주었던 국민들이 변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오는 4월 실시될 보궐선거에서도 여권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남·북·미 간 절정으로 치달았던 긴장이 한때나마 사라졌다. 패스트트랙으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공수처 출범으로 수십 년 동안 숙원이던 사법개혁도 어느 정도 이루었다. 소재·부품·장비 수출을 막는 일본의 압력을 이겨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도 수출은 흑자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경제위기 극복에서도 그리 낮은 점수를 받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여권 지지율이 낮아지는 이유가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집권 4년이 지나도록 기대했던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이 거의 2000조원에 달하지만, 하위소득 20% 계층의 소득점유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층의 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기초연금·국민연금 등)의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이 57.1%인 데 비해 한국은 아직도 25.0%에 불과하다. 국가가 소득재분배와 양극화 해소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시민들의 삶을 바꿔내는 것이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제시했던 혁신적 포용국가의 3대 비전과 9대 전략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여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숨이 막히도록 답답한 지금의 현실을 바꾸려면 박정희 시대가 열어놓은 경제·산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세기 말엽의 ‘IMF 체제’로 강제된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코로나19를 넘어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복지국가로 바꾸는 새로운 국가 모델이 필요하다. 팬데믹을 계기로 시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국방과 치안, 방역을 포함한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국가의 역할이 무관하지 않다는 자각이다. 경제의 3주체 중 가계와 기업의 활력이 바닥을 기고 있는 지금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고용자 구실을 해야 한다.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률은 OECD 평균에 비해 지금도 크게 낮은 편이다. ‘일자리는 기업과 시장이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예컨대 OECD 국가들의 사회임금과 기업임금 간의 구성비는 평균 ‘40.7%대 59.3%’다. 한국의 비율은 ‘12.9%대 87.1%’다. 사회임금의 비중이 너무 작다.

보건복지 인프라의 부족을 절실히 느낀 시민들

한국 정부는 소득과 자산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적극적인 증세를 통해 세전 소득과 세후 소득의 차이를 크게 만들어 소득불균형을 줄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강화로 국민들의 고정생활비 부담도 낮추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공공의료뿐만 아니라 공공보육과 유아교육, 공교육과 공공주거, 노인 돌봄 등 광의의 보건복지 인프라가 모두 부족하다. 공공부문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 일자리에 고용된 사람들이 다양한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삶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대선 레이스에서 각 캠프는 차기 정부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경쟁과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 결론은 결국 사회 공공성의 획기적 강화와 이들 부문에 대한 국가의 역할 확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고, 국가와 정부의 기능을 역동적 복지국가에 부합하도록 재설계할 시기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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