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탈환' 이재명 앞에 놓인 선택지는

조문희 기자 2021. 4. 10.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문과 손잡느냐, 독자 노선 걷느냐 '딜레마'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4·7 보궐선거 참패로 휘청거렸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달랐다. 같은 날 발표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 지사는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정권심판 기세가 매섭던 시기에도 '원톱' 자리를 되찾은 셈이다. 이 지사의 독주 체제는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 주류 세력인 친문과 결합할지, 독자 노선을 걸을지 여부를 두고 이 지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지사가 당장은 당과 보조를 맞추다가, 일정 시점 이후로는 친문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은 지난해 10월5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는 이 지사의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文과 반대로 흐르는 이재명의 지지율

엠브레인퍼블릭·캐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24%로 1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주보다 7%포인트 급락한 18%를 기록,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0%였다.

이 지사가 1위를 탈환한 원동력은 20~40대와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와 서울 지역 전 선거구에서 열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이 지사는 18~29세에서 17%를 기록해, 윤 전 총장(8%)에 두 배 이상 앞섰다. 이 지사는 30대에서 29%, 40대에서 41%를 얻어, 각각 11%와 13%를 기록한 윤 전 총장을 크게 따돌렸다. 지역별로 보면 이 지사는 서울에서 24%로, 윤 전 총장(23%)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질렀다. 인천·경기에서 이 지사는 30%를 기록, 18%를 얻은 윤 전 총장을 크게 앞섰다. 

이처럼 이 지사의 지지율은 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조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 조사 결과, 이 지사의 대선 후보 선호도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역으로 가는 흐름을 보였다. 가령 지난해 5월 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던 당시엔 이 지사의 지지율은 이낙연 전 대표에 가려져 11%에 그쳤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연말부터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대 후반으로 고공행진하며 여권 대선주자 내 1위 자리를 굳혔다.

2020년 1월1일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도 친문도, 손잡을까 말까 '고민'

때문에 4·7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해도 이 지사는 독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이 지사 이외 뽀죡한 대안이 없는 친문은 이 지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벌써 여권 일각에선 '친문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 지난달 여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이 지사와 식사 회동을 갖고 그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그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문제는 이 지사 입장에서 친문과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보선에서 드러난 '정권심판'의 민심을 수습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당내 경선에서 성공하려면 친문을 껴안아야 하지만, 본선 경쟁력에선 문재인 정권과 거리를 두는 것 나은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최종 승리하기 전까지는 일단 여권과 보조를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문 내 제3의 후보 등판론이 끊이지 않아서다. 아직 친문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한 이 지사 입장에선 섣불리 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본선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8일 보선 참패 이후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권의 패배에 동조하면서 한껏 몸을 낮췄다.

지난해 12월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변수는 제3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국무총리직을 내놓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총리가 이 지사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힌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 총리 이외에도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제3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