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평양 탈출 가속화 되는 고립

2021. 4. 10. 09: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북한 주재 외교관이나 유엔 소속 직원들까지 줄줄이 북한을 떠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 차미연 앵커 ▶

얼마 전에는 유엔 대북제재위가 대북 지원단체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북한이 이에 반발해서 인도주의 지원 사업까지 재검토하겠다면서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1년을 훌쩍 넘긴 북한의 국경봉쇄, 과연 이런 고립 정책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요?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잇는 두만강 철교.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가족들을 태운 손수레를 끌고 북한을 벗어납니다.

"러시아 만세!"

코로나 19로 항공과 기찻길까지 모두 막히자 이렇게라도 국경을 넘은 겁니다.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남은 외국 공관장은 대사대리를 포함해 모두 13명, 나머지 공관들은 대부분 폐쇄됐습니다.

북한을 돕기 위해 파견된 대북지원 국제기구의 외국지원들도 유엔산하세계식량계획 소속 직원 2명을 끝으로 모두 평양을 떠났습니다.

[스테판 두자릭/UN 대변인 (3월 19일)] "유엔 국제 직원들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고국으로 이동했고, 유엔 직원들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봉쇄가 풀리는 대로 평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북한의 강력한 코로나 봉쇄로 구호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활필수품 부족과 건강문제까지 겹쳐 결국 철수를 결정한 것입니다.

유엔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에 상주했던 대북 지원단체와 유엔 기구들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작년 1월부터 국제단체의 구호나 감시 활동이 전면 제한됐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에서 보낸 식량이나 아동용 방한복 등은 북한에 반입조차 되지 못했고, 그나마 긴급한 소독용 키트는 국경에서 3개월이나 지체된 뒤에야 북한에 반입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 9만 5천명이 코로나 19로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기존의 영양 관련된 어린이들의 복지 혜택과 관련된 부분들이 일정하게 개선되는 과정에서, 코로나 19를 맞닥뜨리니까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거나, 또는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보건성 산하 어린이 영양관리연구소장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영양실조 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보고서에 대해 "황당한 날조자료", "터무니 없는 거짓말", "쓰레기"라고 격분했습니다.

북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불순한 적대행위이자 어린이를 정치적 목적에 도용하는 비열한 처사라는 것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인민 친화적인 정책을 표방하고 대내외적으로 선전해 왔는데,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나 보건복지 상태가 열악하다는 내용은 자신들의 정치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북한은 어린이들의 건강과 미래는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유엔 등의 대북 지원사업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재검토와 단호한 대응조치의 필요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반발의 수위를 높인 이유는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담은 보고서가 대북제재의 효과를 입증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대북지원 단체가) 대북제재위원회에 북한의식량 사정이 굉장히 안좋고 영양 실조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보고를 한다면 대북제재위원회는 제재 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을 할 수가 있죠,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에게 고통을 줘도 그렇게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식량사정이 최악에 빠졌던 1995년부터 25년 넘게 유엔과 남한 등 국제사회의 적지 않은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실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난해부터 코로나를 이유로 대북지원을 받아오지 않은 만큼 당분간 유엔 등 서방세계의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북한이 코로나 19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는 자체를 꺼리고 있고요, 국제 기구가 들어와있으면 그만큼 북한의 내부 모습이, 내부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그런 부분들도 있으니까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고요."

북한은 최근 대북제재를 정면 돌파하는 수단으로 '자력갱생'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북제재에 협조해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낸 말레이시아와는 단교를 하는 등 거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엄포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큰소리를 치는 배경에는, 필요하다면 중국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방의 조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국경지역에서 수출입과 관련된 준비에 관련된 모종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부분들, 최대한 가능한 방역 체계 내에서 중국과의 협력, 지원 역량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는 쪽으로 읽혀지거든요."

문제는 북한의 이런 태도가 코로나 19 방역 협력 등을 고리로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풀어보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교수] "인도적인 지원과 관련되서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북한이 끌려가기보다는, (북한은) 국제 사회의 통큰 지원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받지, 자잘하게 외부에서 생색내기용 지원이나 또는 지원 단체 역할정도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우리 어린이들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북한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유니세프 등 국제 기구들은 비축 물자가 줄면서 영양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경봉쇄를 풀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와 제재, 북-미관계, 북한 정권의 사정 등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의 어린이와 취약계층의 건강이 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145001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