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혼자'가 더 두렵다..'불법모임' 갖는 노인들

오진영 기자 2021. 4.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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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진구의 한 주택가.

고영배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젊은 계층에게는 '노인 모임'이 불안해 보일 수 있으나 노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무조건 무료급식이나 만남 등 '노인 모임'을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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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진구의 한 주택가. 노인 7명이 손에 간식거리가 든 비닐봉투를 들고 모였다. 이들은 플라스틱 의자나 돗자리 위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중간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이곳은 지난 2월 원룸에서 사적 모임을 가진 60~70대 노인 19명이 집단감염된 구의1동 인근이다.

서울 곳곳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사적 모임을 갖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길 한복판에서 5인 이상 모임을 갖는 노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인단체들은 고독이 큰 위험으로 작용하는 노인들의 모임을 금지하면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항변한다.

"밖에 안 나오면 갑자기 푹 쓰러져도 모를 것 같아"
4일 오전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지난 4일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주말 아침부터 100m(미터) 가량 되는 긴 줄이 늘어섰다. 대부분이 60~70대 노인들로, 독거노인 무료급식을 받는 줄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무료급식은 1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노인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바닥에 앉거나 탑골공원 앞 길을 활보했다. 300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받으려다 보니 1m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닥다닥 붙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은 배고픔보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정모씨(71)는 “밥도 밥이지만 이 곳에 오면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며 “하루종일 방 안에서 TV만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인천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탑골공원을 찾았다는 박모씨(68)는 “동네 복지관도 닫히고 주민센터도 닫혀 아무 곳도 갈 곳이 없다”며 “아내 없이 홀로 살다 보니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말을 꺼낼 장소가 없다”고 했다.

주택가에서 5인 이상의 '불법 모임'을 갖는 노인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고령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이지만 이들에게 더한 두려움은 홀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전화나 SNS 등 연락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보니 바깥에 모이지 않으면 친구들을 만나기 어렵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여옥씨(75)는 "최근 근처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해 불안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자식들도 못 보는데 친구까지 못 만나면 어느날 내가 갑자기 푹 쓰러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무서움이 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들 쓸쓸하게 사는 것 뻔히 아는데 '5명 넘었으니 넌 집에 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노인 '5명 중 1명'은 홀로 사는데…"외로워도 아무 대책이 없다"
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주택가에서 5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58만9000여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19.6%를 차지한다. 노인 5명 중 1명은 홀로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독거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화 상담이나 기저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 외에는 모두 운영이 멈췄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불법 모임'을 갖는 독거노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영배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젊은 계층에게는 '노인 모임'이 불안해 보일 수 있으나 노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무조건 무료급식이나 만남 등 '노인 모임'을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했다.

한 노인단체 관계자는 "노인들은 청년들과 다르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똑같이 집에 머무르더라도 외부와 단절됐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는다"며 "시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지 않는 '4인 모임'을 마련하거나 방문 상담을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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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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